“우리는 자석처럼 붙어있어요.” 할리우드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턴은 1975년 서로 두 번째 결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혼했지만 도저히 떨어져 살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기의 결혼 역시 1년도 안 되어 파경으로 끝났고, 그때는 말을 바꿨다. “부러진 날개를 계속 붙이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죠.”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 세계문학상을 받은 박현욱의 장편 ‘아내가 결혼했다’는 일부일처제에 대한 파격적 도전이다. 주인공은 여성이다. 프로 축구 열성팬인 인아는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둘 다 응원할 수 있는 것처럼, 동시에 두 남자를 사랑하면 왜 안 되느냐고 묻는다. 그녀에게 사랑은 독점이 아니다. 인아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새로 알게 된 남자도 좋아하게 됐다며 이혼하지 않고 한 번 더 결혼하겠다고 제안한다. 물론 남편은 제정신이냐며 펄펄 뛴다.
▶그러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더 큰 것 같다. 젊은 세대에게도 그렇다. Z세대에게 인기 있는 웹소설 장르 중 하나인 ‘후회물’은 예전 인기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의 공식을 따른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남편이 아내를 괴롭히다가 결국 이혼에 성공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후회가 시작된다. 새 사랑의 유효기간 역시 오래가지 않았던 것이다. 조강지처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뒤늦게 깨닫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게 핵심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신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같은 남자와 두 번 결혼했다는 게 화제다. 중의원을 지낸 야마모토 다쿠와 2004년 결혼, 2017년 이혼, 그리고 2021년 다시 결혼했다. 이혼 사유는 아베 총리를 지지했던 강경파 아내와 이시바 총리 편에 섰던 온건파 남편의 정치적 견해 차이로 알려졌지만, 재결합의 이유는 일본 언론에도 정확히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사생활에서는 실망한 적이 없다는 말만 나왔다. 재결합 4년 만인 올해 초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아내는 총리 취임 직전까지 직접 남편 목욕을 시키고 병 수발을 들었다고 한다.
▶결혼과 이혼에는 당연히 수만 가지 사연이 있다. 같은 사람과 다시 결혼을 결심한 데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녀 양육을 위해, 혹은 익숙함과 안정감도 있을 것이다. 이혼의 원인이 됐던 경제 문제나 고부 갈등이 해결되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어찌 됐든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인연이라면 운명일지 모른다. 첫 번째 결혼이 실패했던 이유도 명확히 알고 있을 테니까. 자석이든, 부러진 날개든 결국 부부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