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캄보디아는 9~15세기 ‘크메르 제국’이라는 큰 나라였다. 캄보디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 앙코르와트도 이 시기에 지은 대표적인 유적이다. 하지만 앙코르와트는 15세기 왕조 멸망 후엔 정글 속에 방치됐다. 1970년대 초엔 베트남군과 크메르 루주가 이 지역에서 대규모 전투를 벌이면서 크게 훼손됐다. 대부분 우리 국민이 캄보디아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은 이 정도다.

▶캄보디아 출신 중에서 우리에게 알려진 사람은 여자 프로당구 스타인 스롱 피아비가 대표적이다. 2010년 한국에 온 뒤 한국인 남편이 재미 삼아 가르쳐준 당구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선수로 발돋움했다. 스롱은 올 들어서만 두 번 우승했다. 캄보디아에서 ‘국민 영웅’이라 불리며 ‘김연아’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가 지난해부터 한국인을 포함한 국제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한 해 10여 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 들어 8월까지 330건으로 급증했다.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붙잡혀 있던 한국인 대학생이 8월 초 고문으로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사망한 사건은 충격적이다.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었지만 아직 시신조차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엔 캄보디아 여행 중 실종된 40대 남성이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캄보디아에선 중국·태국·베트남 등 범죄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 캄보디아 사회 전반이 부패해 활동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경찰은 뇌물이 없으면 움직이는 법이 없다고 할 정도다. 이 나라는 ‘킬링필드’의 크메르 루주(캄보디아 급진 좌파 무장 단체)가 붕괴한 이후 실권자 훈센 상원 의장이 40년 통치하고 있다. 그런데 훈센의 장남 훈마넷이 총리인데 범죄 집단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캄보디아 치안 상황은 자국의 힘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앙코르와트 복원처럼 세계 각국이 국제 공조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주캄보디아 대사관에 경찰 인력을 추가 파견한 것 외에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탓을 하기 전에 이런 나라에는 가지 않는 것이 우선이겠다. 외교부도 캄보디아 일대에 여행 취소 또는 연기를 권고하는 ‘특별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반정부 시위로 수십 명이 사망한 네팔 등에 내린 조치와 같은 수준이다. 아직 앙코르와트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도 당분간 가볼 생각 자체를 접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