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추석 연휴 때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과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했다. 만 40세인 이 대표는 “중학생 때부터 우리 명절은 이랬다”고 했다. 스타크래프트가 그들 세대의 ‘명절 윷놀이’란 의미다. 옷차림도 젊었다. 이 대표는 검정 반팔이었고 38세인 김 의원은 카키색 셔츠에 야구모자를 썼다. 수천 명이 인터넷으로 지켜보며 응원전도 펼쳤다. 그런데 댓글 중에 ‘젊은 척하려고 애쓰는 영포티’ ‘전형적인 영포티 감성’ 같은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영포티’는 젊은(young) 40대(forty)라는 뜻으로 10년 전쯤 등장했다. 유행에 민감하고 스마트폰에 능숙하며 소셜미디어와 취미 생활을 즐기는 젊은 중년을 지칭했다. 삶의 방식뿐 아니라 실제로 신체도 젊다.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부모 세대의 건강 나이와 같다는 기준에 따르면, 40세의 신체 기능은 부모 때의 28세에 해당한다.
▶지금은 나잇값 못 하는 중년을 뜻하는 멸칭으로 쓰인다. 심지어 틀포티(틀니를 한 영포티)란 표현도 등장했다. 사이버 공간에는 영포티를 조롱하는 콘텐츠가 넘친다. 이들이 입고 다니는 옷은 ‘영포티 룩(look)’으로 불리며 놀림 대상으로 전락했다. 일(ㅡ) 자 챙 모자에 영어 로고가 적힌 티셔츠와 나이키 조던 운동화 차림인 배 나온 중년 남자를 합성한 AI 이미지도 나돈다. 최신형 오렌지색 아이폰17도 손에 쥐고 있는데 젊은 취향을 따라 하려고 발버둥 친다는 의미다.
▶2030 세대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세대 갈등 양상을 띤다. 최근에는 보수화한 2030이 진보 성향의 4050을 비판하는 정치적 대결 양상까지 더해졌다.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영포티 앤섬(anthem·찬가)’이란 곡에 이런 시각이 녹아 있다. ‘난 워크(woke·깨어 있는) 시티즌이야. 헤이 걸~, 오빠 왔다. 아직 청춘이지. 반일은 기본이지만 슬램덩크는 못 참지. 이것이 K꼰대의 이중성~.’
▶영포티 현상은 지금의 40대가 자초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면도 있다. 실제로 영포티의 팍팍한 실상을 보여주는 통계가 지난달 발표됐다. 한국 남성의 비만은 전 연령대에서 감소 추세인데 유독 40대 남성만 증가 추세다. 40대 열에 여섯이 비만이다. 40대 사망 원인도 작년부터 자살이 암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평균 1억원을 훌쩍 넘는 가계빚과 과중한 업무량 등이 이유라고 한다. 2030과 4050의 반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런데 현실에선 정치적 이유로 갈등을 부추기니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