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결혼한 상태에서 영화배우 성혜림과 동거하며 장남 김정남을 얻었다. 김일성은 손자 김정남은 인정하면서도 유부녀였던 성혜림은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혜림은 우울증에 빠졌고 김정일의 여성 편력으로 병은 깊어졌다. 모스크바로 쫓기듯 떠나 외롭게 살다가 죽었다. 김정일이 성혜림을 버리고 고른 여자가 고용희다.
▶고용희도 김정은을 낳았지만 김일성에게 며느리 인정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북이 천대하는 ‘재일 교포’ 출신인 데다 부친 고향도 한국이기 때문이다. 평양 아닌 원산에서 숨어 살다시피 지냈다. 아이들 얼굴을 김일성에게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김일성과 손자 김정은이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이 없다. 고용희는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이 권력을 독차지한 뒤에야 공개 활동을 시작했는데 유선암에 걸렸다. 2004년 52세로 사망할 때 김정은이 임종을 지키지 못했을 것이란 정보도 있다. 김정은이 김정남을 독살한 것은 고용희 아들이 성혜림 아들을 죽인 것이다. 성혜림의 언니와 고용희 여동생은 모두 서방으로 망명했다.
▶북은 김정일 생모인 김정숙을 ‘항일 여성 영웅’으로 선전한다. 그런데 북 역사서에 김정숙 어머니 이름은 안 나온다고 한다. 김일성이 장모 이름도 모를 만큼 김정숙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다. 김정숙은 김정일이 일곱 살이던 1949년 출산하다 32세로 사망한다. 김일성 후처인 김성애는 자기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려고 김정일과 암투를 벌였다. 김일성이 죽자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 한동안 북에선 ‘성애’라는 이름도 쓰지 못했다.
▶김정일 여동생 김경희는 김일성 반대에도 언변 좋고 아코디언 잘 다루던 장성택과 결혼했다. 그런데 2006년 딸 금송이 부모의 결혼 반대에 자살하면서 부부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술·약물에 더 빠졌다. 남편은 고사총으로 처형돼 시신 형체도 남기지 못했다. 김씨 왕조 여자들은 대부분 불행했다.
▶최근 김정은 외할머니 사진이 공개됐다. 고용희 엄마다. 김정은은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닮아 보인다. 2012년 집권하자마자 평양에 유선종양연구소를 세우고 어머니날을 지정한 것은 엄마와 관련 있을 것이다. 2023년 12월 전국어머니대회에선 ‘나라의 대들보 자식’이란 대목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 그런데도 자기 어머니가 누군지조차 북 주민에게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세습의 유일한 정당성인 ‘백두 혈통’이 의심받을까 두려운 것이다. 거짓 선전·선동의 달인들도 이 문제는 풀기 어려운 모양이다. 고용희는 저승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