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캐나다 법인이 2015년 발표한 ‘금붕어 주의력’ 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 인간이 한 사안에 집중하는 시간이 2000년 평균 12초에서 2013년 8초로 급감했고, 이는 금붕어(9초)보다 짧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사용, 온라인 활동 같은 디지털 생활이 인간의 주의력을 분산시킨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집중 시간이 더 짧아진 듯하다. 긴 글을 읽지 못하고, 몇 분짜리 동영상도 지겨워서 못 본다는 사람이 늘었다.
▶이런 트렌드에 주목한 것이 1983년생 중국인 장이밍이었다. ‘바이트댄스’ 창업자인 그는 2016년 15초짜리 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는 숏폼(짧은 형태) 영상 앱 ‘더우인’을 출시했다. 중국 이용자 1억명을 모으자 세계를 무대로 ‘틱톡’을 내놨다. 틱톡엔 전 세계 10대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 쇼츠가 즐비하다. 틱톡이 대성공을 거두자 유튜브, 메타(옛 페이스북), 네이버도 잇따라 ‘쇼츠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는 2024년을 상징하는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했다. 별 의미 없는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해 개인의 지적·정신적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틱톡에 한번 들어갔다가 못 빠져나오고 몇 시간이 훌쩍 지났다는 경험담이 많다. 쇼츠가 과도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중독을 야기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자극적 콘텐츠에 노출될수록 우울증, 불안 같은 정신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사용자 체류 시간 확대를 목표로 기능을 개편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전화번호부 형태이던 친구 목록을 인스타그램처럼 사진 위주로 바꾸고 쇼츠 기능을 삽입했더니 혹평이 쏟아진 것이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자극적인 쇼츠를 무제한 노출시킬 셈이냐”고 비판했다. 카톡 이용자들은 새 포맷이 사용에 불편하다고 혹평하며 집단적인 별점 테러에 나섰다. ‘민란’ 수준의 반발에 결국 카카오는 친구탭 개편안을 복원하고 미성년자 보호 조치를 이전보다 쉽게 신청하도록 하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미 실리콘밸리 특파원 시절 자주 듣던 말 중 ‘심리스(seamless)’라는 것이 있다. 새 기능을 적용할 때 사용자가 바뀐 부분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매끄럽게 구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수익 하락을 막기 위해 개편을 추진한 배경은 이해가 되지만 너무 우악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