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아버지인 로버트 F 케네디 민주당 대선 후보가 1968년 암살당했을 때, 아들 주니어는 열네 살이었다. 그 5년 전에는 큰아버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오즈월드의 총에 맞아 숨졌다. 미국 국민은 동정과 연민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그가 바로 트럼프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다. 그런 유년 시절과는 달리 지금 그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20대 시절 헤로인 소지 혐의로 체포됐고 약물 중독 치료를 받았다. 그때부터 국민 건강에 관심을 가졌다고 케네디는 자서전에 썼다. 대통령 꿈을 꿨지만, 민주당에는 그의 자리가 없었다. 백신과 대형 제약회사에 반대하다 바이든·해리스와 사사건건 충돌했기 때문이다.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하고 트럼프 편에 섰다. 케네디 가(家)는 전통의 민주당 가문이다. 형제들은 “가족의 가치 배반” “권력에 중독된 포식자”라는 표현까지 쓰며 그를 파문했다.

▶케네디의 슬로건은 MAHA(마하·미국을 다시 건강하게)로 불린다. 하인즈 케첩의 인공색소 금지와 코카콜라 고과당(高果糖) 시럽 제한 등은 대중의 지지를 받았고,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남용에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도 호응을 얻었다. 특히 초가공 식품과 인공 첨가물 규제는 어린이 건강을 염려하는 부모와 소비자들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문제는 그가 과학보다 신념을 더 신봉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빠져든 것이 백신 음모론이다. 백신 때문에 아이들이 자폐증에 걸린다면서, 홍역이 유행할 때 백신 대신 간유(肝油)를 먹으라고 권했다. 장관 취임 후에는 질병통제센터(CDC)의 백신 자문위원들을 전원 해고하고, 자신의 신념에 동조하는 인사들로 꾸렸다. CDC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고 최근 공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타이레놀 논란도 백신 논란의 연장선상이라고 본다. 대규모 역학 조사로 백신의 자폐증 원인론이 사실상 폐기되자, 타이레놀 책임론으로 갈아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주장도 과학과는 떨어져 있다. 타이레놀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자폐증 아이가 많았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지만 그것이 인과관계 입증은 아니다. 복용하지 않은 산모에게도 비슷한 비율로 자폐증 아이가 태어났다는 반박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과학보다 신념 우선에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에게 국민 건강을 맡길 수 있는 대통령은 트럼프밖에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