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는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한국인이 단맛을 찾기 시작하던 1974년 첫선을 보였다. 1989년 브랜드명을 ‘초코파이 情(정)’으로 바꾸며 맛있기만 한 과자가 아니라 정을 나누며 함께 먹는 간식이란 개념을 넣었다. 광고도 ‘할머니 댁 방문’ ‘집배원 아저씨’ 등 가족과 이웃 사이에 흐르는 온정을 소재로 삼았다. 외환 위기로 온 국민이 힘들 때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며 ‘둥근 정이 떴습니다’라는 카피를 선보였다.
▶그래서인지 유독 이 과자엔 따뜻한 정과 관련된 일화가 많다. 개성공단에 처음 입주한 기업들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초코파이를 매일 간식으로 하나씩 줬는데 다들 집에 가져갔다. 가족과 함께 먹기 위해 그런다는 걸 알게 돼 두세 개로 늘려 지급하자 그제야 한 개는 공장에서 먹었다. 2017년 판문점을 넘어 귀순하다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북한 병사가 깨어나 “초코파이를 먹고 싶다”고 하자 오리온 측이 초코파이 96개들이 100상자를 선물했다.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온 젊은이에게 전한 온정이었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러시아에서 초코파이는 가족과 이웃이 둘러앉아 사이좋게 나눠 먹는 간식으로 통한다. 우리 못지않게 제사에 정성을 들이는 베트남에선 초코파이가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제사상에 올리는 제수용품이다. 중국에선 하오리유(好麗友)란 브랜드로 팔린다. 좋은 벗과 우정을 나눌 때 먹는 간식이란 의미다.
▶지방의 한 보안 회사 경비원이 자기가 경비를 맡은 회사의 사무실 냉장고에서 400원짜리 초코파이와 650원짜리 커스터드 과자를 꺼내 먹었다. 회사 측이 이를 절도 혐의로 신고했다. 약식 기소된 경비원은 정식 재판을 요구했다. 그는 1심에서 벌금 5만원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8일 첫 공판에서 절도죄가 성립하는지 살펴보겠다면서도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빵을 훔쳐 먹은 죄로 19년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그를 새사람으로 만든 것은 긴 옥살이가 아니라 출소 후 성당에 들어가 은촛대를 훔친 장발장을 용서하고 아예 은촛대를 선물로 준 사제의 인정(人情)이었다. 초코파이의 인기 CM송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사람 사이의 정이 ‘눈빛만 보아도 알아~ 마음속에 있다는 걸’이라 했다. 정을 나누며 먹자는 작은 간식을 두고 회사 측은 “허락 없이 먹었다”고 신고하고, 경비원은 “그걸 말하고 먹느냐”며 법정 다툼까지 벌이다니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