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단신 골퍼들에게 키는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키 172㎝인 최경주도 미국에 진출한 뒤 상대적으로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었다. 인위적으로 키를 10㎝가량 늘린다는 수술을 알아보기도 했고, 골프화 후원 계약을 맺을 때 ‘신발을 5㎝ 올리면서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키 큰 골퍼가 유리한 점에 대해 그는 “컴퍼스가 길면 돌리기 쉬운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R&A(영국왕립골프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유럽 남자 프로 투어 장타 랭킹 상위 10명의 평균 키는 투어 전체 선수 평균 키보다 3.9㎝ 컸다. 신장 1㎝에 비거리가 약 32㎝ 증가했다. 키가 크고 팔이 길면 스윙 아크가 커지고 클럽 헤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시즌별로 미 PGA 투어 상금 랭킹 상위 10명 평균 키와 투어 선수 전체 평균 키를 비교해 보니 한 시즌을 빼고는 상금 랭킹 상위 10명이 더 컸다.

▶단신 골퍼들은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닦는다. 미 LPGA 투어 통산 8승을 거둔 ‘수퍼 땅콩’ 김미현은 155㎝다. 이 약점을 정교한 오버 스윙으로 극복했다. 우드샷을 아이언샷처럼 정확하게 그린 위에 세우곤 했는데 “워낙 많이 연습하다 보니 우드도 아이언처럼 다룰 줄 알게 됐다”고 했다. 최경주도 “미국 선수들은 역도로 다져진 내 장딴지를 부러워하고 스윙 리듬을 따라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키 150㎝로 현재 LPGA 투어 최단신인 일본 야마시타 미유는 프로 초창기부터 아이언샷 거리를 2.7m 단위로 조절할 정도로 샷의 정밀도를 추구했다.

▶14일 국내서 끝난 신한동해오픈 우승자 히가 가즈키는 158㎝로 일본 투어 최단신이지만 290m 넘나드는 장타를 날렸다. 몸통을 빠르게 회전하고 임팩트 위치를 조정하는 등 효율적인 스윙 설계로 클럽 헤드 속도를 끌어올렸다. 그는 157㎝ 키로 여자 골프 세계 1위에 올랐던 일본 미야자토 아이의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웠다고 한다. 최근엔 근력을 키워 작년보다 비거리를 10m 이상 늘렸다.

▶비거리는 골프의 일부일 뿐이다. 단신도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강한 의지를 가지면 얼마든지 우승할 수 있는 게 골프다. 골프채 기술 발달도 단신 선수들을 돕고 있다. 필드의 ‘작은 거인’들이 더 많이 나와 감동을 선사해 주었으면 한다.

/최수현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