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2차 대전 때까지만 해도 미군은 특수전에 별 관심이 없었다. 세계 최강 화력으로 타격한 뒤 점령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면전보다 대테러전과 인질 구출 같은 특수전 비중이 높아지며 특수부대의 활약이 중요해졌다. 육군은 그린베레와 델타포스·75레인저연대 등을, 해군과 공군은 각각 네이비실과 720특수전술타격대 등의 최정예 특수전 부대를 거느리고 있다.

▶특수전 요원 양성에는 막대한 시간과 돈이 투입된다. 해군 특수전 부대인 네이비실 요원 한 명 만드는 데 우리 돈 3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전공도 눈부시다. 파나마 침공과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에서 특수부대가 맹활약했다. 오사마 빈라덴을 은신처에 찾아가 제거한 주역도 네이비실이었다. 그러나 실패의 음영도 적지 않다. 1979년 이란에 인질로 억류된 미국인 구출 작전인 ‘독수리 발톱’과 1993년 소말리아 군벌 아이디드를 제거하려 했던 ‘고딕 뱀’은 대표적 실패 사례다.

▶실패한 작전에는 형편없는 리더십과 상대를 얕보는 오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독수리 발톱’ 작전 당시 미군은 수색과 구조에 쓰는 헬기가 아닌 엉뚱한 기뢰 제거용 헬기를 대충 동원했다. 모래바람 대응 훈련도 없이 투입된 헬기가 아군 수송기와 충돌해 8명이 죽었고 위치까지 들통나자 퇴각했다. ‘고딕 뱀’ 작전 때도 현장 수뇌부는 야간 침투에 특화된 부대를 대낮에 헬기에 태워 적이 우글거리는 도시 한복판으로 내몰았다. “3주 안에 이기고 돌아간다”고 호언장담했지만 9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헬기까지 격추됐다.

▶네이비실이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김정은에 대한 도청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북한 영해로 침투했다가 작전에 실패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요원 8명이 해안으로 접근하다 배를 타고 나온 주민들에게 발각당하자 모두 사살하고 퇴각했다는 것이다. 무고한 민간인 생명만 희생시킨 참담한 실패다.

▶미군 특수 작전은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다. 모가디슈가 배경인 ‘블랙 호크 다운’과 빈라덴 제거를 다룬 ‘제로 다크 서티’는 작전에 투입된 헬기들이 추락하는 장면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하지만 동료를 구하려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전우애, 위기 상황에서 용기 내어 임무를 완수하는 활약을 더 강조했다. ‘블랙 호크 다운’ 제작 당시 미군 특수작전사령부는 작전 실패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다만 모든 군인을 영웅이 되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고 영화인들도 그렇게 만들었다. 천안함과 연평해전 용사들을 손가락질하던 이들이라면 뭐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