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창이 고무로 된 운동화를 뜻하는 스니커즈(sneakers)는 1830년대 영국 업체가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 가죽이나 나무 굽을 쓴 신발을 신고 걸을 때 딱딱한 소리가 나던 것과 달리, 소리 없이 조용히 걸을 수 있었기 때문에 스니크(sneak·살금살금 걷다)에 명사형 접미사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다. 이후 1892년 미국 업체가 ‘케즈(Keds)’라는 브랜드의 스니커즈를 대량생산하면서 상용화됐고, 1917년 광고에 스니커즈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다.
▶미 CNN 방송이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관세 전쟁이 ‘스니크플레이션(sneakflation)’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니크와 ‘물가 상승(inflation)’을 합한 신조어로 소비자 물가가 소리 나지 않게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관세를 무느라 비용 부담이 늘어난 미국 수입 업체들이 소비자 눈치를 보며 한꺼번에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고 살금살금 올린다는 것이다. CNN은 가을 학기 개학을 앞두고 학용품 가격이 오르고, 생산자 물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2020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신조어가 많이 등장했다. 커피플레이션, 누들플레이션, 에그플레이션(계란값 급등)같이 원재료 값만 많이 오른 게 아니라 런치플레이션(점심값 공포), 베케플레이션(vacation·휴가비 폭등) 등 생활 물가도 급등했다.
▶기업들이 원가 절감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비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해서 그리드플레이션(greed+inflation·기업 탐욕에 의한 물가 상승)이나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크기와 중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것)이란 비판적 합성어도 사용됐다. ‘인색하게 굴다’라는 영어 단어 스킴프(skimp)에서 유래한 스킴플레이션이란 것도 있다. 제품 가격과 크기, 용량은 그대로인데 값싼 원료로 대체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을 말한다.
▶인플레이션은 가장 가혹한 세금으로 불린다. 소득보다 물가가 더 빨리 뛰니 가만히 있어도 돈이 줄고 가난해진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을 “위험하고 때로는 사회를 파괴시킬 수도 있는 치명적 질병”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말도 있다. 관세 전쟁으로 우방들을 무릎 꿇린 트럼프가 물가와의 전쟁에서도 버텨낼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