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알프스 산맥에서 나온 청동기시대 미라에서 무릎 관절염을 앓은 흔적이 발견됐는데 환부를 문신(타투)이 가득 덮고 있었다. 인류가 반만년 전부터 주술 치료 용도로 문신을 했다는 증거였다. 중국에선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사람들이 문신을 의복처럼 하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송나라가 배경인 소설 ‘수호전’에 나오는 양산박 협객 사진은 몸에 용 아홉 마리를 새겼다 해서 별명이 ‘구문룡’이었다.

▶유교 문화권에선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을 불효로 여기는 등 문신을 부정적으로 봤다. 조선 시대엔 범죄 내용을 몸에 새기는 문신형이 있었다. 지금도 큰 잘못을 저지른 이를 두고 ‘경을 친다’고 하는데 경(黥)은 죄를 몸에 새긴다는 뜻이다. 조폭들은 속칭 ‘별을 달았다’는 의미로 문신을 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많은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이 문신한 이의 출입을 금한다.

▶반면 서구권에선 문신을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정한다. 긍정적 효과도 있다. 몇 해 전 국내 한 OTT가 문신사들의 세계를 그린 ‘타투이스트’라는 다큐를 제작했다. 손가락 끝마디를 사고로 잃은 이의 손끝에 손톱 문신을 했더니 장애가 감쪽같이 감춰져 시술받은 이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사별한 가족이나 떠나보낸 반려동물을 몸에 새겨 위로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문신 기술은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손기술이 세련되고 색조를 입히는 솜씨가 좋아 ‘K타투’라 부른다. 미국 뉴욕의 최고급 타투숍에 갔더니 문신사 40명 중 14명이 한국인이더라는 목격담도 있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와 록 그룹 콜드플레이 리더인 크리스 마틴이 K타투 시술을 받아 더욱 유명해졌다. 정작 국내에선 오래도록 불법 신세였다. 문신사들 사이에 ‘해외에 나가면 대가인데 인천공항에 들어오면 불법행위자가 된다’는 자조가 돌았다. 대법원이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규정해 의사가 아닌 이들의 시술이 불법화된 탓이었다.

▶문신사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법이 그제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 본회의까지 거치면 33년간 문신사들을 묶었던 족쇄가 풀린다. 문신사가 35만명에 이르고 시술받은 이가 1300만명에 달하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한다. 다만 문신은 피부의 주요 기능인 땀 배출과 체온 조절을 방해하기 때문에 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신을 많이 한 운동선수는 경기 후 체력 회복이 더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신사들에게 활동 공간을 주고, 시술받은 이들이 만족하되 보건·위생·건강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