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기어와 글러브 낀 로봇이 사각 링 위에서 어설픈 주먹을 날린다. 초록 잔디 구장에서는 빨강·파랑 조끼로 구별한 5대5 축구가 한창이다. 몸싸움 비슷한 동작을 시도하다 걸핏하면 뒤엉켜 넘어진다. 그래도 곧 발목·무릎 관절을 활용해 일어선다. 관중석에선 인간이 응원 중이다. 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에서는 ‘휴머노이드 운동회 2025’가 열렸다. 육상·체조·권투·축구 등 26종목에 걸쳐 미국·독일 등 16국이 참여했다.
▶축구나 권투가 유치원 운동회 수준이었다면, 1500m 달리기는 인간 능력에 가장 근접한 수준이었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6분 34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한 중국 유니트리사의 로봇 H1. 인간으로 치면 아마추어 대회 남성 평균 기록이라고 한다. 세계기록은 3분 26초다. H1은 ‘체화지능’이라고 쓴 조끼를 입고 완주했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 모든 공식 경기가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체화지능 로봇들의 축제였다고 홍보했다.
▶4개월 전 중국에서 열린 ‘로봇 마라톤’만 하더라도 일부 원격제어를 허용했다. 또 하프마라톤이었던 그 대회의 우승 기록은 2시간 40분으로 대략 시속 8~9㎞였지만 이번 H1은 시속 12~13㎞다. 당시엔 대부분 출발하자마자 넘어지거나 중도 탈락했지만 이번엔 거의 모두 완주했고, 은메달, 동메달의 기록도 1위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기술·기록 모두 상향 평준화다. 물론 아직 인간의 최고 속력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인간과 로봇의 달리기 능력을 비교할 때 종종 인용되는 선수가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다.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서 1살 때 무릎 아래 양쪽 다리를 절단했고, 특수 탄소섬유 재질의 칼날 같은 의족 덕분에 ‘블레이드 러너’로 불렸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도 출전했는데, 10초91(100m)· 45초39(400m)의 기록은 장애 없는 최고 엘리트 선수와도 다툴 실력이었다.
▶로봇이 아직 극복하지 못한 숙제가 ‘전신 협응’과 ‘관절 제어’라고 한다. 워싱턴대 로봇공학과 새뮤얼 버튼 교수는 “로봇의 개별 다리 부품과 동력장치는 최신 기술로 따지면 치타 못지않게 뛰어나지만, 이 부품을 실제 달리기라는 복잡한 동작으로 통합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많다”고 진단한다. 도약·착지·방향 전환처럼 스피드·힘·미세 균형이 동시에 필요한 동작은 아주 복잡한 전신 협응과 관절 제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인간과 ‘피지컬 AI’의 간극이 줄어드는 속도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