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금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까지 광풍이다. 주제가 ‘골든(Golden)’이 영국 오피셜 주간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로는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13년 만이다. BTS도, 블랙핑크도 못 한 1위다. ‘골든’은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도 2위여서 다음 주 순위가 궁금하다. ‘너의 아이돌’ ‘소다 팝’ 등 영화의 다른 수록곡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영화 ‘케데헌’의 제작사는 미국 할리우드의 소니지만, 주제가 ‘골든’을 공동 작곡·작사하고 노래까지 직접 부른 것은 한국계 미국인 이재(본명 김은재)다. 원로 배우 신영균의 외손녀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K팝 팬들은 SM엔터의 연습생으로 10년 넘게 노력하다 결국 데뷔에 실패했던 이재의 이력에 주목한다. ‘골든’의 가사는 스스로를 믿고 진정한 자신으로 거듭나는 성장의 이야기다.
▶가창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의 실력파 가수들이 ‘골든’ 커버에 참여하고 있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커버’는 원곡에 대한 존경과 재해석의 의미로 다른 가수가 새롭게 따라 부르는 퍼포먼스다. S.E.S의 메인 보컬이었던 바다, 다비치의 이해리, 에일리에 이어 인기 그룹 어반자카파의 남성 보컬 권순일까지 동참했다. 영미권에서는 실력파 아마추어와 일반 대중이 ‘골든’ 따라 부르기에 열을 올린다. 소셜미디어에는 “천하제일 골든 대회” “전 세계 고수들 너도나도 참가 중”이라는 비유까지 등장했다.
▶‘골든’은 고음이 많고 난도가 높아 따라 부르기 어려운 노래로 꼽힌다. 1997년 데뷔한 1세대 걸그룹 S.E.S 바다의 유튜브 노래 영상에는 이 댓글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조상님이 기강 잡으러 오셨구나.” 자신의 노래 영상 제목에 ‘Dear. EJAE’를 포함시킨 바다는 이재의 SM 연습생 10년 선배이기도 하다. “수많은 골든 커버 중 가장 골든”(에일리 노래 댓글) “남자 소프라노 만드는 이유를 알겠네…. 세계 1위”(권순일 노래 댓글) 등도 노래 영상을 올린 지 며칠 만에 200만 조회 수를 넘기며 인기의 자웅을 겨루고 있다.
▶‘케데헌’ 열풍은 K팝·K콘텐츠의 영향력 확대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글로벌 공감대를 키워가는 현상이라 할 만하다. ‘골든’의 가사에는 “빛나는 나 자신” “함께라서 더 빛나요” 등의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아티스트·대중이 너나없이 참여 중인 ‘천하제일 골든 대회’에서 전 세계 젊은 세대의 자아 찾기, 연대 의식의 메시지가 읽힌다면 과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