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가 무술로 유명해진 건 달마 대사와 당 태종으로 거슬러 간다. 달마는 무술로 정신과 육체를 수양했고, 무술을 익힌 소림사 스님 13명이 당 태종의 목숨을 구했다는 전설이 있다. 소림사에 걸린 ‘천하제일명찰’이란 현액은 당 태종이 써준 것이라고 한다. 명나라 때는 스님들이 왜구와 전쟁 등에 참전하기도 했다. 주먹 쓴다는 사람, 도적, 패잔병 등이 소림사로 왔다. ‘쿵후 성지’가 됐다.
▶그러니 사람과 돈이 모였다. 그런데 중국이 혼란할 때면 표적이 됐다. 홍건적은 불상의 금박을 벗겨 냈고 군벌은 절을 불태웠다. 문화대혁명 때 ‘적폐 본산’으로 찍히자 홍위병이 박살 냈다. 승려들은 노동 교화형을 받고 끌려 나갔다. 폐허가 된 소림사의 부활은 개혁·개방 덕분이다. 1982년 홍콩 자본과 중국 인력으로 만든 영화 ‘소림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사찰 복구가 시작됐다. 소림사가 무대인 홍콩 영화와 무협지가 쏟아졌다. 다시 사람과 돈이 모였다.
▶1999년 34세로 최연소 주지가 된 스융신(釋永信)은 아예 ‘주식회사 소림사’를 설립했다. 미국 경영학 석사(MBA) 출신인데 ‘소림’과 ‘쿵후’를 브랜드로 활용해 서구식 회사 경영에 나섰다. 소림 약국을 열어 수백 년 비법이 담겼다는 약을 팔고, 온라인 쇼핑몰에선 ‘소림사’ 로고가 찍힌 제품으로 매출을 올렸다. 소림사가 등록한 상표권만 660여 개라고 한다. 소림사는 무술 공연장과 케이블카 등을 갖춘 테마파크처럼 탈바꿈했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승려는 400여 명인데 회사 직원은 1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소림사 CEO’로 불렸다.
▶2008년 소림사는 홍보 대사를 뽑는다며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절을 활보하게 했다. 비키니 여성들이 스님과 소림사 계곡에서 쿵후 연습을 하는 사진도 찍었다. 무술 훈련을 받는 청소년 1000여 명 중 40여 명을 뽑아 ‘축구 수련’을 시키기도 했다. 아프리카 카메룬의 전 국가대표를 축구 코치로 영입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축구 광팬임을 의식한 쇼라는 말이 많았다. 몇 년 전엔 소림사 인근 대도시의 상업 요지를 사들여 부동산 개발까지 뛰어들었다. 달마 대사 이후 참선·수행의 도량이던 소림사는 사실상 없어졌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들이 ‘주지 스융신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사찰 자산 횡령과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생아를 낳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고 한다. 불교에는 ‘지나치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다. 염불은 안 하고 잿밥에만 몰두했으니 부처님 말씀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