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이스라엘 모사드에 암살당한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지만 죽을 때는 부자였다. 재산이 한때 40억달러에 이르렀다. 2006년 권력을 잡은 뒤 수입품에 물린 관세를 빼돌려 가자지구 곳곳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몇 해 전 카타르로 망명한 뒤에도 최고급 호텔에 머물며 고향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TV로 지켜봤다.
▶하니예의 뒤를 이은 야히아 신와르도 다르지 않았다. 재작년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 하루 전 가족을 피신시켰는데 땅굴로 도피하는 아내 손에 에르메스 버킨백으로 보이는 커다란 핸드백이 들려 있었다. 우리 돈 4000만원 넘는 명품이다.
▶신와르가 작년 10월 이스라엘군에 제거된 뒤 그의 아내가 가자지구를 탈출해 튀르키예에 정착하고 재혼까지 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으로 불린다. 재작년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5만명 이상 목숨을 잃었고 90%가 난민으로 전락했지만 주민 대부분은 탈출할 꿈도 못 꾸며 절망 속에 살아간다. 그런데 신와르의 아내는 위조 여권으로 지옥을 벗어났고 새 삶까지 시작했다. 권력과 돈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많은 권력자가 ‘대의’를 앞세워 주민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과 가족은 호화로운 삶을 누린다. 가난한 러시아 청년들을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내모는 푸틴의 공식 재산은 작은 아파트 한 채와 예금 8억원이 전부다. 실제로는 120조원쯤 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추산했다. 중국 공산당의 슬로건은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이다. 그래 놓고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다. 이번 주 미 하원은 중국 고위층의 부패를 전쟁 억지력으로 활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시진핑 주석 등 공산당 상무위원 7인을 포함한 고위층이 미국에 은닉한 자산을 공개하는 게 골자다. 주민을 희생시키고 자신은 호화 사치를 누리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 김씨들일 것이다. 주민은 굶는데 김씨들은 북한 전역에 최고급 별장 수십 개를 갖고 있다. 먹고 입고 타는 것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 들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퇴진 요구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하마스가 권력을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킨다는 비판도 퍼지고 있다. 주민들은 “하마스 지도자들이 자기 자식은 외국 유학 보내고 우리 자식은 무덤으로 보낸다”며 분노한다. 하마스는 체포와 고문, 즉결 처형으로 주민들을 탄압하고 있다. 3대에 걸쳐 주민을 착취해 온 북한 김씨 왕조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