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목포 A식당에서 백반을 주문하면 14가지 반찬 가득한 ‘왕쟁반’이 등장한다. 공간이 부족해 접시 위에 접시를 이층으로 쌓는다. 손님 밥상에 쟁반 내려놓으며 주인장이 외친다. “가운데 자리 좀 비워주세요.” 다음 순서로 큼직한 꽃게 들어간 미역국이 냄비째 들어온다. 1인 9000원. 단 2인 이상 주문 가능이다. TV조선 ‘백반기행’을 진행하는 만화가 허영만은 “아인슈타인이 와도 단가 계산 안 나오는 집”이라고 했다.

▶얼마 전 여수 B식당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이 집 주력 메뉴는 1만3000원짜리 간장게장 정식. 생선구이·된장찌개 포함한 백반을 그 가격에 내면서 ‘여수 1등 가성비 맛집’의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소문 듣고 혼자 찾아간 여성 유튜버가 2인분 가격을 내겠다고 했지만 불친절 시비가 벌어졌고, 소셜미디어로 논란이 확대되자 주인은 자필 사과문을 내걸었다. 여수시는 관내 음식점 5000곳에 ‘1인 방문 시 2인분 강요 금지’ 공문을 내려보냈다.

▶싸고 푸짐하면서 맛있는 한 끼. 한국인이 백반에 갖는 기대다. 그런데 골목 백반집은 매년 줄어든다고 한다. 농식품부 조사에서 한식당 비율이 2018년 45%에서 2024년 41%로 낮아졌다. 국세청 통계에서도 한식당 사업자 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빈자리는 일식·중식·양식·패스트푸드 등이 채웠다. 심지어 값비싼 5성급 호텔에서도 정통 한식당은 찾기 어렵다.

▶이유는 여럿이다. 식재료·인건비 상승에 가장 취약한 업종이 한식이다. 반찬 수 많고 준비는 오래 걸리며 기계화가 어렵다. 한식은 특히 조리 시간이 길고 노동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젊은 세대일수록 한식엔 뛰어들지 않는다. 한식 업주 평균 연령은 지난해 기준 56세로 외식업 전체 평균 52세보다 높았다. 게다가 요즘은 배달이 대세인데, 백반은 포장 배달이 어렵고 고객들이 선호하지도 않는다.

▶이젠 비밀도 아니지만 동네 식당 반찬 상당수는 대량생산 제품이다. 서울 광화문 순두부 백반집이든, 서울 여의도 생선구이집이든 같은 업체에서 만든 멸치볶음·콩자반·김치가 나온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도 주인이 손수 새벽부터 나와 제철 재료로 창의적 반찬을 만드는 집들이 있다. ‘싸고 푸짐하며 맛있고 친절한’을 모두 갖춘 동네 밥집은 불가능하다. 어제 점심시간에 찾은 서울 무교동의 줄 서는 밥집 출입문에는 “고객의 애정과 주인의 노력이 이 골목 식당의 생존을 가능하게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제값 내고 응원해야 그런 귀한 집이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