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인구가 많아서인지, 교육 탓인지 ‘중국인 추태’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한 해 700만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일본에선 ‘레전드급’ 추태가 종종 보도된다. 스시를 잔뜩 가져와 생선만 걷어먹고 밥은 산더미처럼 남기는 뷔페 추태, 관광지에서 먹이를 달라고 다가오는 사슴을 발로 차는 공원 추태, 이것저것 훔쳐 가다가 변기 뚜껑까지 뜯어간 호텔 추태 등등. 고성방가나 쓰레기 투척은 다반사로 보도된다.

▶몇 달 전 ‘역대급’ 하나가 추가됐다. 무대는 3775m 높이의 후지산. 후지산 정상부는 늦봄까지 강설에 돌풍까지 불어 보통 여름인 7, 8월에만 산문이 열린다. 그런데 등산 장비도 갖추지 않은 중국인이 4월에 올라갔다가 조난을 당해 헬기로 구조됐다. 여기까진 별말 없었다. 이 중국인이 산에 휴대전화를 두고 왔다며 나흘 후 다시 올라갔다가 또 헬기로 구조되자 일본 민심이 폭발했다. 헬기 연료비만 시간당 400만원. 전부 세금에서 나갔다.

▶이번 추태는 일본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그동안 일어난 중국인 추태는 혀를 차고 넘어갔지만 세금 얘기가 나오자 사정이 달라졌다. “몰상식한 외국인에겐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외국인은 입산을 막아야 한다” “외국인의 입국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 “일본은 외국인에게 너무 무르다”는 등 비판 수위가 점점 올라갔다. 이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당이 그제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둔 ‘극우’ 참정당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성공 구호는 참정당의 ‘일본인 퍼스트’ 구호였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베낀 짝퉁이지만 이 신생 정당의 상원 의석을 2석에서 15석으로 늘렸다. 글로벌 스탠더드, 외국인 포용 다 집어치우고 정책 우선순위를 일본인에 맞추자는 것이다. 나아가 ‘천황 중심으로 뭉치자’가 참정당의 제1 강령이다. 이 정당이 발표한 헌법 초안 제1조는 ‘일본은 천황이 다스리시는 군민일체의 국가’로 시작한다. 태평양전쟁 때 모습이다.

▶혐중(嫌中) 정서는 표면적인 이유일 것이다. 중국인 추태는 30년 전부터 일본에서 문제가 됐지만 정치 지형까지 바꾸지 못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장기 침체와 양극화, 제구실을 못하는 정치 등 쇠퇴하는 국력이 극우로 치닫는 근본 이유라는 분석이 많다. 몇 년 전까지 지금의 ‘혐중’ 자리에 ‘혐한(嫌韓)’이 있었다. 이유와 배경은 다르지만 혐한이나 혐중이나 일본식 ‘배타주의’라는 뿌리는 같다. 어느 쪽이든 이웃 국민 입장에선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