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알아주는 콜라 애호가다. 여섯 살 때 25센트에 구입한 콜라 6병 세트를 한 병당 5센트에 되팔아 목돈을 마련했다. 투자회사를 차린 후 코카콜라 지분을 9.3%나 사들여 막대한 수익을 낸 그는 하루 5캔씩 콜라를 마셨다. 하지만 그를 능가하는 ‘콜라 사랑꾼’이 등장했다. 트럼프다. 집무실에 ‘콜라 버튼’까지 만들어 두고 하루 12캔의 다이어트 콜라를 마신다.
▶트럼프가 콜라의 맛까지 바꿔 화제다. 미국 내에서 파는 콜라에 옥수수 시럽 대신 사탕수수 추출 설탕(케인 슈거)을 넣으라고 요구한 것을 코카콜라 본사가 수용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시 건강한 미국 만들기’(Make America Healthy Again, MAHA) 캠페인에 따른 것이라 한다. 옥수수 시럽이 소아 비만 등의 원인이란 이유다. 그동안 미국에선 사탕수수 설탕을 넣는 멕시코 콜라가 옥수수 시럽을 넣는 미국 콜라보다 맛있다는 논란이 계속돼왔다.
▶콜라 제조법은 최고 보안 등급의 특수 금고에 보관할 정도로 극비 사항이다. ‘비밀 제조법’은 전 세계 모든 제품에 적용되지만 나라마다 맛은 조금씩 다르다. 원액은 동일한데 병에 넣는 과정에서 미세 조정을 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반드시 본사 기술자가 진행한다. 맛의 차이는 어떤 감미료를 넣느냐와 지역마다 다른 물 맛이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나라서 파는 콜라는 ‘설탕, 기타 과당’이 들어가는 걸로 표기돼 있다. 더운 지역은 청량감을 좋아해 카페인 첨가를 늘리는 식으로 추가 조정이 이뤄진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콜라의 맛과 다른 콜라도 여럿 있다. 페루에는 황금색의 잉카 콜라(Inca Kola)가 있다. 크림 소다와 레몬 등이 섞인 상큼하고 달콤한 풍미가 특징이다. 1935년 페루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미국식 콜라의 맹공에도 페루 내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2002년 중동에 등장한 ‘메카 콜라’는 유대인과 관련 있다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불매운동의 대안으로 등장한 ‘정치 콜라’다. 일본엔 이요시 콜라, 인도엔 캄파 콜라, 튀르키예엔 콜라 투르카가 있고, 과거 한국엔 8·15콜라가 있었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조금씩 달라진 콜라의 맛은 시장경제 원리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제 논리가 아닌 ‘트럼프의 미각’이 기업의 정책을 바꾸고 있다. 이제 트럼프의 ‘매가(MAGA)’에 이어 ‘매하(MAHA)’에 놀라는 일도 연이어 벌어질 수 있다. 미국인들도 트럼프가 음식까지 바꿀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