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소·돼지·닭 같은 식용 가축에는 적정 사육 기간이 있다. 사육 비용과 판매 가격을 비교해 가장 이익이 클 때 도축하는 것이다. 일종의 경제적 손익분기점인데, 가장 짧은 것은 닭이다. 우리나라 육계 평균 사육 일수는 35일이다. 이 기간을 지나면 닭의 성장이 정체된다. 사료비만 더 들어가는 셈이다. 돼지고기용 육돈은 6개월 정도 키웠을 때 상품성이 가장 좋다.

▶소의 도축 시기는 나라별로 다르다. 한우는 손익분기점이 30개월이다. 통상 20개월이면 성체(成體)로 성장하는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마블링(근내 지방 섬유)을 늘리기 위해 10개월간 옥수수 등 비싼 곡물을 사료로 투입해 몸값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 마블링 없는 고기를 선호하는 미국과 호주 등은 대부분 20개월 전후해 육우를 도축한다.

▶다른 가축과 마찬가지로 소도 나이가 들수록 고기가 질겨진다. 단백질 성분인 콜라겐 양이 증가하고 점점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30개월을 넘은 소고기는 대부분 스테이크가 아니라 햄버거 패티나 미트볼, 소시지 등 가공육 용도로 유통된다. 미국 내에서 도축되는 소 중 30개월령 이상은 전체 물량의 10~20% 정도로 추산되는데, 주로 송아지를 낳는 암소이거나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다.

▶현재 우리는 30개월이 되기 전 도축한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처음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한 2001년에는 월령 제한이 없었지만,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처음 발생하면서 수입이 전면 중단됐고, 2008년 4월부터 30개월 미만만 수입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30개월의 근거는 그동안 7차례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 모두 30개월을 넘었기 때문이다. 광우병은 정형과 비정형 두 종류로 나뉜다. 심각한 것은 정형이다. 동물성 사료를 오래 섭취해 감염되며, 사료로 전파되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마리가 걸릴 수 있다.

▶반면 비정형은 늙은 소에서 자연 발생하며 전염성이 없다. 감염된 소만 폐기하면 되기 때문에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비정형 광우병이 발생해도 그 나라의 소고기 수출을 금지하지 않는다. 미국은 동물성 사료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한 2009년 이후 정형 광우병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 진행되는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을 풀라고 요구하는 근거도 이것이다. 우리 정부는 고심 중이라고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협상 과정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2008년 ‘광우병 괴담’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