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직후 한남동 관저에 입주하기까지 6개월간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출퇴근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경찰의 교통 통제에 일부 불만이 있었지만 시민 대부분은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당시 대통령과 출근길이 겹치던 한 지인은 ‘꿀팁’을 전수해 주기도 했다. 대통령 출퇴근 직전에 교통 경찰이 도로를 비워두는 시간을 잘 이용하면 막힘없이 출퇴근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출퇴근 시간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웠고 교통 통제에 걸리기 일쑤였다.
▶대통령을 위한 교통 통제는 1940년대 미 루스벨트 대통령 저격 위협 이후 본격화됐다고 한다. 경찰이 일반 차량을 통제하고 대통령이 탄 차량과 경호차, 모터사이클이 지나가는 방식의 행렬을 프레지덴셜 모터케이드(Presidential Motorcade)라고 부른다. 동선과 관계없이 시속 30㎞ 이상으로 달리고, 경호 때문에 절대 멈추지 않는 게 원칙이다. 요즘 경찰은 대통령 경호를 극대화하고 동시에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3차원 시뮬레이션까지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통령급 최상위 요인 경호를 위해 수시간 전부터 도로를 통제하기도 한다. 대통령뿐 아니라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수행원, 기자단을 위해 도로 통제를 하는 국가도 여럿 봤다. 동선 내내 도로 옆 인도에 손을 흔드는 환영 인파까지 배치하기도 했다. 돈만 내면 공인이 아닌 사인을 위해 교통 통제를 해주는 나라도 있다. 경찰 모터사이클이 차량 옆에 붙어 목적지까지 막힘없이 인도한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대통령실로 출퇴근할 때 교통 통제를 하지 않고 다른 차와 같이 신호를 기다린다고 한다. 국민 불편 최소화 취지다. 전임 윤석열 대통령과 대조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위험이 따른다. 경호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이동 중 멈추지 않는 게 저격을 피하는 기본 방침이라고 조언한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있다면 교통신호 주변에서 기다릴 것이다.
▶역대 대통령도 대부분 정권 초기 시민 소통과 불편 해소를 위한 ‘친근한’ 경호를 내세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경호를 강화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낮은 경호’를 표방했는데, 임기 말 경호처 정원은 532명에서 693명으로 30% 늘었다. 친근하고 낮은 경호보다 중요한 것이 대통령의 안전이고, 대통령의 좋은 정치와 정책이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 차량을 위한 교통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