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인 남편·일본인 아내’ 부부가 1176쌍 탄생했다. 전년 대비 40% 증가해 1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내가 한국인인 ‘한일 부부’는 147쌍에 불과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최근 일본 신문 ‘닛케이’는 원인으로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이 일본 추월, 드라마 ‘겨울연가’ 이후 일본 내의 지속적인 한류(韓流) 바람을 꼽았다.
▶“결혼은 단순히 영적인 결합이 아니라 재정 계획이기도 하다”는 말이 있다. ‘한남일녀(韓男日女) 커플’ 증가는 ‘경제’로 가장 쉽게 설명된다. 국제결혼 시장에서는 주로 경제력이 낮은 나라의 여성이 잘 사는 나라의 남성과 결혼한다. 70년대에는 잘사는 나라 일본의 남성과 ‘상향혼’을 하려는 한국 여성들이 있었다. 주로 일본 농촌 총각과의 결혼이었다. 이 현상이 90년대 이후에는 우리나라 남성과 동남아 여성의 결혼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일본 신부’가 갑자기 폭증한 경우도 있었다. 1995년 서울에서 치러진 3만5000쌍 통일교 합동 결혼식에는 수천 쌍 이상이 한일 커플이었다고 한다. 여성학에서는 이를 두고 “‘하향혼’이 종교 서사로 합리화된 경우”라고 설명한다. 한남일녀 커플은 2012년에도 1891건이나 됐지만, 이때는 ‘종교혼’ 숫자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남성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경우, 상대의 국적은 베트남, 중국, 태국, 일본, 미국 순이다. 지난해 한국 남편·미국 아내 커플은 628쌍이었고, 이것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의 경제 순위만으로 개인의 선택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K컬처’ 영향이 적잖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 아이돌에 대한 선망이 자연스럽게 한국 남성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고, 한국 드라마 속 활동적인 남주(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미적지근한 ‘초식남’에 질린 일본 여성들을 매혹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환상’으로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치열한 남녀 갈등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사회학에서는 “남성의 젠더 피해의식이 큰 사회에서 외국 여성과의 결혼이 더 많은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쉬운 말로 “한국 여자 무서워 상냥한 일본 여성과 결혼한다”는 주장이다. 지극히 ‘한남 혐오’적 분석이다. 요즘 2030 세대는 글로벌 기준으로 빠지는 구석이 없다. 외모도, 매너도, 젠더 의식도 선진적이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우리 관광객은 약 88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만나 보니 괜찮더라. 아마도 그것이 삶의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