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방탄소년단’(BTS)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살아가면서 겪는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자(방탄)”는 대외적 의미다. 또 하나는 사적이고 직설적이다.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 지금 그는 시가총액 10조원를 훌쩍 넘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의 의장이다.

▶BTS가 글로벌 대성공을 거둔 2019년, 방시혁 의장은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그는 자신을 ‘분노하는 방시혁’으로 불렀다. “오늘의 방시혁을 만든 에너지의 근원은 분노였다”면서 “적당히 일하는 무사안일에 분노했고, 음악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분노했고, 사회적 저평가에 분노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서울대 졸업생들 앞길에도 무수한 부조리와 몰상식이 존재할 테니 분노하고 맞서 싸우라고 했다. 하이브 상장 1년 전이었다.

▶금융위원회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상장할 때 200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다. 상장 준비를 하고 있으면서도 기존 투자자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인 뒤, 자신과 가까운 하이브 간부들이 설립한 사모펀드에 주식을 싸게 팔도록 유도했다는 게 핵심이다. 방 의장은 해당 사모펀드와 ‘상장 성공 시 주식 매도 수익의 30%를 받는다’는 계약을 이미 체결한 상황이었고, 상장 이후 약 2000억 원을 받았다고 한다. 하이브는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며 진행됐다는 점을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방 의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걸그룹 뉴진스를 중심으로 벌어진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지난해 충돌이 대표적이다. 경영권 탈취니 표절이니 하는 험한 말이 난무했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미국 LA 베버리힐스에서 방 의장이 두 젊은 여성의 사진을 찍어주며 함께 걷는 모습이 유튜브 영상에 포착됐다. 그중 한 명은 성적 어필로 이름난 인터넷 방송 진행자다. 뉴진스 논란으로 방 의장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예민해진 시점이었다.

▶BTS는 우리 문화계만이 아니라 현대사에 기록될 정도의 활약을 했다. 한류는 BTS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를 기획하고 성공시킨 주역이 방시혁이다. 그와 BTS가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을 올린 정도는 계측하기도 힘들다. 그런 ‘BTS 아버지’가 ‘사기 혐의 피의자’가 됐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그의 서울대 축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어느 순간 제가 꼰대가 돼 있다면 제 스스로에게 분노하고 꾸짖을 것입니다.” 혐의는 법정에서 가리되 한번쯤은 이 말을 되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