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의 어느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사람이 소주에 타서 먹을 레몬을 찾았다. 식당 주인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30분도 지나지 않아 식탁에 레몬이 놓였다. 주인이 구해 온 줄 알았더니 회식에 참석한 신입 직원이 B마트에 주문한 것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인 B마트는 웬만한 대형 마트 상품은 모두 갖춰 놓고, 1만5000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료 공짜, 그 이하 주문 때 3000원을 더 내면 30분 안팎에 ‘퀵 배송’으로 보내준다. 레몬 3개들이 4팩(1팩당 4480원)이면 배달료 공짜였다.
▶국내에서 퀵 배송을 최초로 도입한 시점엔 여러 설이 있지만 1990년대 초 일본처럼 오토바이를 활용해 소형 전자제품 등을 배송해 준 데서 시작했다고 한다. 초기엔 오토바이 몇 대, 전화기 몇 대 두고 하는 사업이었는데, 지금은 자체 물류 센터에 AI(인공지능)까지 접목된 첨단 환경에서 이뤄진다. ‘새벽 배송‘을 내세운 쿠팡에 이어 배달 앱들까지 진출해 퀵 커머스(commerce)란 말로 대체되기도 한다. 올해 창립 15년째인 배민은 누적 주문 65억건에 누적 주문액 153조원을 기록할 정도다.
▶이젠 편의점에다 가전 업체, 보석 브랜드까지 퀵 배송에 가세했다. GS25는 네이버, 배민과 제휴하는 동시에 자체 앱 ‘우리 동네 GS’까지 만들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자체 앱에서 퀵 배송 주문자만 30% 늘었다. 가전제품 소비자 후기엔 성능에 대한 평가 못지않게 “하루 만에 배송돼 너무 좋다”는 글이 많다. 편의점은 보통 집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지만 지금은 그조차 퀵 배송으로 해결하는 게 한국 사람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빨리빨리’의 한국인 성향에다 ‘새벽 배송’에 길들여진 소비 문화가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됐고,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편의점까지 가느니 배달이 낫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고 한다. 가전제품 중 냉장고,세탁기 등은 잠시라도 없으면 크게 불편하기 때문에 당일 배송 수요가 상당하다고도 했다.
▶조금만 발품을 팔거나 하루이틀만 참으면 되는데 왜 수수료 내고 ‘당일 배송’에 집착하느냐는 사람도 많다. 코로나 시기 급성장하던 퀵 배송이 곧 쇠락할 것이란 전망도 많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가히 ‘빨리빨리’의 무한 확장 시대다. 원하는 제품을 매장에서 주문한 뒤 도착할 때까지 2~3일 동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시절은 영영 사라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