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나라마다 숙취 해소 방식은 제각각이다. 미국에선 술 마신 다음 날 햄버거나 스테이크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다. 러시아나 북유럽 사람은 피클 국물을 마시고 독일에서는 절인 청어를 즐겨 먹는다. 이탈리아에서는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가 숙취로 인한 흐릿한 정신을 깨운다고 여긴다.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선 헛개나무 열매를 우려낸 차를 많이 마신다. 각국의 방식들이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햄버거나 커피 등은 오히려 숙취 해소를 방해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우리 몸에 알코올이 들어오면 일단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한 다음 다시 아세트산 등으로 분해하는 2단계 과정을 거쳐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숙취다. 이 물질이 머리 혈관을 확장시킨 결과가 두통이고 얼굴 혈관을 확장시키면 안면 홍조다. 메스꺼움도 이 물질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술을 마신 이상 아세트알데히드 생성을 막을 수는 없다. 아세트알데히드를 빠르게 분해해 배출하는 것이 숙취 해소의 지름길이다.

▶2023년 우리나라 숙취 해소제 시장은 약 3500억원이다. 해마다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저마다 알코올 또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빠르게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간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효과가 없는 숙취 해소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식약처가 각 회사에 과학적 근거를 제출하도록 했다. 시험 참가자 30명을 대상으로 숙취 해소제를 먹고 소주 한 병 반을 마신 다음 15시간 동안 모두 8차례 혈중 알코올 농도와 아세트알데히드 농도를 측정한 자료를 제출하게 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숙취 해소제 177개 중 절반가량은 시험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 나머지 절반은 시험 결과를 제출했지만 유명 제품을 포함해 9개 제품은 탈락하거나 자료 보완 요구를 받았다.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콩나물국이나 북엇국을 먹는 것보다 효과가 떨어지는데도 지금까지 숙취 해소제라며 팔렸는지도 모른다.

▶의사들이 숙취 해소제보다 권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 술을 마시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자라고 권고한다. 다음으로 술을 마실 때를 포함해 충분한 물을 섭취하라고 한다. 의사들이 수액을 맞고 술을 깼다는 얘기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 섭취’도 숙취 해소에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숙취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