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김영삼이 42%로 당선된 1992년 대선에서 김대중의 득표는 34%에 그쳤다. 김영삼은 전 연령대에서 이겼지만 20대에선 김대중이 김영삼을 15%포인트 앞섰다. 김대중은 1997년 대선에서 20대와 30대에서 이회창을 앞섰지만, 40대 이상에서 패했다. 20대의 압도적 지지가 없었으면 1.5%포인트 차이의 김대중 승리는 불가능했다. 이후 20대의 진보 성향 투표는 계속됐다. 2002년 대선에서 20대는 노무현에게 59%를 몰아줬다. 그때 20대의 이회창 지지율은 35% 수준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가 당선됐지만 문재인은 2030 세대에서 65%를 얻었다. 박근혜는 33%였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한국에선 아니다. 2002년 노무현을 지지했던 당시 2030 세대는 20년이 흐른 지금 4050이 됐다.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이 대통령의 40대 지지율은 72%, 50대는 69%였다. 국민의힘 김문수는 40대 22%, 50대 25%에 그쳤다.

▶지금의 2030 세대는 좀 특이하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을 65% 지지했던 20대는 30대가 된 2022년 대선에서는 46%만 이재명을 지지했다. 윤석열 지지가 48%로 더 높았다. 조국 사태가 진보 우위였던 그들의 정치 성향에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도 2030세대는 40대 이상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20대에서 41%, 30대에서 47%를 얻어 1위이긴 했지만 김문수, 이준석 후보를 합치면 20대 55%, 30대 50%로 이 대통령을 앞섰다.

▶이준석은 전국적으로 8.34% 득표에 그쳤다. 하지만 대학가와 IT 업체가 있는 지역에선 전국 평균을 훨씬 앞섰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가 있는 서울 신림동, 안암동, 신촌동, 사근동, 회기동에서 이준석 득표율은 15~20% 수준이었다. 삼성전자의 영통2동에서 17%, 카이스트와 충남대가 있는 대전 유성 온천2동과 서울 가산동 IT 단지에서 15%를 얻었다.

▶서울대 ‘대학신문’이 대선 보름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준석이 35% 1위로 조사됐다. 이재명 27%, 김문수 7%, 권영국 4%였다. 대학신문은 20대 유권자들의 ‘개혁 보수’ 성향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사 대상자 남녀 비율이 6.5대3.5로 이준석 지지가 약간 실제보다 커졌을 수 있지만 20대 정치 성향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20대에 대한 연구 없이 보수 혁신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