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미국 뉴욕에서 평균 점심 비용은 10~20달러, 저녁의 경우 테이크아웃이면 25달러, 앉아서 식사하면 가볍게 먹어도 40~100달러 정도 든다. 챗GPT에 물어본 결과다. 일본 직장인의 경우 점심으로 간단한 식사를 하는 데 1000엔(1만원) 정도, 저녁은 1500~5000엔 정도 들 것이라고 했다. 점심보다 저녁이 비싼 것은 지금까지 상식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식당 하는 사람들 사이엔 “점심 장사는 저녁 장사의 기반”이라는 말이 있다. 점심 메뉴는 싸서 적게 남지만 손님을 만족시켜 저녁 손님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식당 하는 사람들은 점심 대 저녁 매출을 4대6 정도로 잡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식당 주인들이 “점심 손님은 그나마 있는데 저녁 손님이 너무 없다”고 하소연한다고 한다. 요즘엔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도 저녁에 예약 없이 가도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경우가 흔하다. 직장인들 단체 회식도 줄었다.

▶일부 식당 주인은 저녁 장사를 위해 술값 할인을 내걸고 있다. 요즘 ‘맥주·소주 2000원’ ‘술 반값’ ‘메뉴 하나 시키면 소주 한 병 무료’ 등을 내건 식당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4인 이상 단체이면 술을 무제한 제공하는 곳도 있다. 콜키지 프리(술 지참 무료)를 표방한 식당도 우후죽순이다. 주류 마진을 포기하고 일단 저녁 매출부터 올리자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오후 5시 이후 디카페인 커피를 최대 반값으로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점심보다 싼 저녁 뷔페가 등장하는 등 가격 역전 현상도 생기고 있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호텔 뷔페가 저녁 5만5000원으로 점심보다 1만원 저렴하고 심지어 와인까지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외부인이 갈 수 있는 구내식당의 경우 저녁 메뉴가 점심 메뉴보다 싼 곳이 적지 않다. 점심 메뉴 값은 인상하면서 저녁 값은 계속 동결하니 생기는 현상이다.

▶그동안 음식점에서 오후 3~6시 ‘해피 아워’에 입장하거나 뷔페 마감 1시간 전에 입장하면 할인해주는 사례는 보았다. 일본의 일부 수산시장처럼 주로 점심때 관광객이 몰리는 경우 저녁 메뉴 가격을 점심보다 낮추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일반 식당에서 비슷한 메뉴에 대해 저녁 값을 점심 값보다 싸게 책정하는 것은 처음 보는 현상인 것 같다. 불황과 고물가, 젊은 직장인들의 의식 변화가 부른 변화인 것 같다. 이 역전 현상이 일시적인 것일지, 새로운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