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임시 공휴일을 지정했는데 기대했던 국내 소비는 안 늘고 해외 여행만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 올 1월 설 연휴에 임시 공휴일을 지정해 6일간의 황금연휴를 만들었는데 1월 해외 출국자 수는 7.3% 늘고, 제주 관광객 숫자는 12%나 감소해 100만명 밑으로 내려갔다. 설 연휴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도 도리어 34% 감소했다.

▶일본 시코쿠섬의 에히메현 관광청 홈페이지는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베트남어로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중에서 한국어 내용이 가장 풍부하다. ‘에히메에서 사랑받는 빵집 15선’ ‘꼭 가봐야 할 카페 15선’ 등 한국 젊은이들 취향에 맞춘 관광 안내가 나와 있다. 인구 49만명의 현청 소재지 마쓰야마시(市)에 제주항공이 하루 두 번 취항하는데 마쓰야마 공항에서 시내 주요 지점까지 한국인만 무료로 태워주는 셔틀버스까지 운행한다. 유튜브에는 ‘30만원 환전해서 마쓰야마 음식 부수고 왔습니다’ ‘극성수기에도 호젓한 매력’ 등의 제목으로 한국 젊은이들이 마쓰야마 여행기를 올려놓았다.

▶국내 여행 대신 해외여행으로 발길을 돌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곳이 일본이다. 작년에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4분의 1이 한국인이다. 올 1~4월 4개월 동안 일본 항공 노선을 탄 한국인이 90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에 10여 차례 일본을 다녀왔다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올해는 엔화 환율이 1000원 안팎으로 올랐는데도 일본 여행이 줄지 않고 더 늘고 있다. 1~4월 중국 노선 이용객도 480만명으로 1년 전보다 22% 늘었다.

▶놀면서 돈 쓰라고 공휴일을 늘려줬는데 한국 아닌 일본 내수를 부양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항공사들도 증가하는 해외여행 수요를 따라 일본 소도시, 골프 여행 등의 항공편을 늘리고 있다. 증편으로 항공권 값이 내려가니 여행 수요는 더 늘고, 한국인 관광객 덕에 일본 곳곳의 소도시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

▶5월 들어 1~10일 수출액이 1년 전보다 24%나 급감했는데 그 이유도 대체 공휴일 때문에 조업 일수(5.0일)가 작년(6.5일)보다 1.5일 줄어든 탓이 컸다. 국내 소비는 만성 침체를 겪고 저성장이 심각한데 한국 임시 공휴일이 일본 내수만 부양시킨다면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 임시 공휴일을 지정할 때도 국내 여행이나 소비를 유도할 ‘당근책’도 함께 마련하는 등 정부가 머리를 더 짜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