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일본 가고시마의 한 섬은 독사가 늘자 1979년 몽구스 30마리를 풀었다. 아프리카 등이 원산지인 몽구스는 디즈니 영화 ‘라이언 킹’에도 나오는 등 귀여운 생김새로 친숙한 동물이지만 코브라를 잡아먹는 등 독사의 천적으로도 유명하다. 독사는 줄어들었지만 몽구스가 늘면서 토종 동물을 마구잡이로 잡아먹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초반부터 몽구스 3만여 마리를 잡은 끝에 지난해에야 몽구스 근절을 선언할 수 있었다.

▶호주는 100년 넘게 토끼와 전쟁 중이다. 1859년 토끼 24마리를 사냥용으로 도입했다가 대륙 전체가 토끼로 뒤덮이는 재앙을 맞았다. 한때 100억 마리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가공할 숫자다. 호주 정부는 토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까지 살포했지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19세기 말 유럽에서 들여온 붉은 사슴 때문에 고산 지대가 ‘사슴 사막’으로 변했다. 헬기까지 동원해 사냥했지만 개체 수 조절에 실패했다. 최근엔 농장에 가두는 방식으로 겨우 진정시키고 있다.

▶동물만이 아니다. 북미 원산인 가시박은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오이나 호박 줄기에 붙이는 데 쓰기 위해 도입됐다. 그런데 농장을 탈출해 퍼지면서 국내 자생 식물들을 뒤덮어 고사시키고 있다. 지자체들이 해마다 가시박 제거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한강 등 4대강과 그 지천은 물론 대청호 등 전국 호수와 그 주변도 가시박에 뒤덮여 있다.

▶환경부는 유해 야생동물을 지정해 지자체장 허가를 받아 포획·사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현재 19종이 지정돼 있는데, 참새·까마귀는 물론 우리에게 친숙한 까치,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까지 포함돼 있다. 여기에 온순한 이미지로 동물원 등에서 마스코트 역할을 해온 꽃사슴이 추가로 지정됐다. 농장에서 탈출하거나 자연 방사된 꽃사슴이 일부 지역에서 지나치게 불어나 농작물 피해와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해 동식물이 문제가 된 곳은 외래종 도입, 방생 또는 탈출, 천적 부재, 급속 확산이라는 경로가 비슷하다. 자연을 얕보면 역습을 당한다. 해법은 친자연적일수록 효과가 좋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사슴이 급격히 늘어나 공원이 황폐해지자 1995년 포식자인 회색 늑대를 재도입해 식생을 살렸다. 이길 수 없으면 공생하는 방안도 있다. 울산시가 철새인 떼까마귀 민원에 시달리다 이 새를 이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 좋은 사례일 것 같다. 꽃사슴과도 어느 정도 공존하는 방안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