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양진경

2020년 12월 18일 미 백악관 옆 행정동 강당에 국가안보회의(NSC)와 군 관계자들이 모였다. 미 공군 소속 사령부였다가 2019년 12월 20일 별도의 군종(軍種)으로 독립한 ‘미 우주군(Space Force)’의 창설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연단에 오른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대통령을 대신해 발표하게 돼 영광”이라며 말했다. “앞으로 미 우주군 병사들은 ‘가디언즈(Guardians·수호자들)’로 불리게 될 것입니다.”

▶미 육군 병사는 ‘솔저(Soldier)’, 해군은 ‘세일러(Sailor)’, 공군은 ‘에어맨(Airman)’, 해병대는 ‘마린(Marine)’이라 부른다. 이에 더해 우주군 병사는 ‘가디언’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우주군의 전신으로 1982년 창설된 미 공군 우주사령부의 모토 ‘우주 전선의 수호자들’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일부 미국 언론은 만화 원작의 수퍼히어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북극성이 빛나는 미 우주군 로고는 인기 SF ‘스타 트렉’ 속 우주함대 ‘스타 플릿’ 로고와 비슷하다. 우주군의 모토는 ‘항상 위에서’란 뜻의 라틴어 ‘셈퍼 수프라(Semper Supra)’다.

▶우주를 군사 작전에 이용하려는 미국의 첫 구상이 레이건 대통령의 ‘스타워즈’다. 소련의 핵 ICBM을 ‘우주 배치 레이저 무기’로 요격한다는 것이었다. 소련이 이에 대응하려다 붕괴에 속도를 더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미국과 중·러 간에 상대방 인공 위성을 요격하는 우주 전략 경쟁이 불붙었다. 미국 내에서도 “가디언즈라니, 외계인과 싸우나”란 비아냥이 나왔지만 우주군이 창설됐다. 이미 미·중·러는 요격미사일로 서로 상대국 인공위성을 격추할 능력을 갖고 있다.

▶중국이 독자 구축한 인공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을 대함 탄도미사일(ASBM) 개발과 연계한 것도 미국에 충격을 줬다. 이동 중인 미국 항모를 미사일로 타격하기는 어렵다고 여겨졌는데, 중국이 위성으로 미 항모 위치를 추적해 정확히 타격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한 미 우주군이 최근 한반도 지역 우주 작전을 상정한 ‘폴라리스 해머(북극성 망치)’ 훈련을 실시했다고 한다. 2022년 12월 주한 미 우주군 부대가 생긴 후 첫 대규모 훈련이다. 한반도 전쟁 시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 주한 미 우주군과 한국군 사령부가 인공위성을 매개로 작전을 수행하는 훈련이라고 한다. 한국군에도 결국 우주군, 사이버군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세계 정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