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삐라)이 심리전 수단으로 본격 쓰인 건 1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보급난에 시달리던 많은 독일군이 연합군의 항복 권유 전단에 흔들려 투항했다. 2차대전 때 연합군은 비행대대를 동원해 항복 요령을 담은 전단을 뿌렸다. 아이젠하워가 서명한 명령서 형태였다. 독일군이 명령에 약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80억장이 넘었다. 일본에 공습 예고 전단을 뿌리자 피란 행렬이 줄을 잇고 군수공장이 멈췄다. ‘종이 폭탄’이라 부를 만했다.
▶6·25 전쟁 때 국군·유엔군은 25억장을 뿌렸다. 귀순하면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휴전 이후 북은 체제 과시용 전단을 살포했다. 파출소에 가져가면 학용품으로 바꿔줬다. 국력이 역전된 뒤 대북 심리전은 우리 쪽의 무기가 됐다. 일기예보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최전방에서 ‘인민군 여러분 내일 우산 준비하세요’라고 방송했다. 다음 날 진짜 비가 오면 북한군은 ‘멘붕’에 빠졌다. 우리한텐 일상적이지만 북한군 입장에선 한국의 체제 우월성을 절감케 했다.
▶냉전이 한창일 때 뮌헨에 있던 미국 자유유럽방송은 풍선 35만개를 동쪽으로 날려보냈다. 공산당 압제를 풍자·비판하는 전단 수억 장이 동유럽 각국에 뿌려졌다. 공산 정권들은 기를 쓰고 격추하려 했다. 주민 동요가 심각했던 것이다. 훗날 ‘풍선이 철의 장막을 뚫었다’는 말이 나왔다. 한국 민간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는 이를 모델로 했다. 전단엔 김일성의 가짜 항일 운동, 북한의 후진성 등을 폭로하는 내용을 담는다. 한류 콘텐츠가 담긴 USB, 컵라면, 1달러 지폐를 매다는 단체도 있다. 라이터, 볼펜 등을 보고 감탄한 북 주민 군인은 부지기수다. 이를 접하고 탈북 생각을 키웠다는 탈북민이 많다.
▶국민을 먹여살리지 못하는 북 정권은 진실을 담은 대북 전단을 가장 두려워한다. ‘전단에 담긴 것을 먹으면 죽는다’고 선전하면서 실제 대북 전단과 함께 온 라면과 사탕에 독을 넣어 산과 들에 놓고 있다. 이렇게 죽은 주민과 군인이 실제로 있다고 한다. ‘라이터를 켜면 터진다’고 선전해 라이터를 주운 군인이 몇 번을 바위에 던져봤다고 한다. 북은 대북 전단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건너온다는 황당한 주장도 했다.
▶28일 밤 경기도에 ‘공습 예비 경보’ 문자가 발송됐다. 날이 밝고 보니 가축 분뇨, 담배꽁초, 종이 쓰레기를 매단 북 풍선이었다. 전국에서 300개 가까이 발견됐다. ‘×삐라’ ‘진짜 화학전’이란 말이 나왔다. 그동안 김정은의 비이성적 지시는 많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지시가 여과 없이 시행되는 게 북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