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얼마전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인이 아내 혼자 가수 임영웅의 LA 콘서트에 가버리는 바람에 아들과 둘이서 썰렁한 휴가를 보냈다고 했다. 그의 아내는 열광적 ‘임영웅 올콘족’인 50대 여성이다. ‘올콘족’이란 좋아하는 가수의 모든(all) 콘서트에 빠짐없이 구경 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유행어다. 세계적으로 K팝의 영향력은 BTS나 블랙핑크 등의 팬덤에서 나오지만, 국내 가요 시장에서는 트로트 가수들에 대한 50·60대 이상의 열혈 팬덤이 10·20대를 능가한다.

▶ 역시 트로트 가수인 김호중의 열혈 팬인 60대 지인은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수백 장씩 사서 주위에 나눠 준다. 이런 구매력 있는 중·장년층 팬들 덕에 앨범 발매 첫 주 68만장 판매 기록을 세웠다. 임영웅, 김호중 팬카페는 공식 회원만 19만명, 14만명이 넘는다. 트로트 경연을 계기로 일약 국내 가요 시장의 ‘큰손’ 소비자가 된 50·60대 이상은 중·장년층의 시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미래학자 브래들리 셔먼은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되는 것을 ‘초고령화’라는 용어 대신 ‘수퍼 에이지(Super Age) 시대’라고 명명하고 이 ‘수퍼 에이지 세대’가 MZ세대를 능가하는 신(新)소비 권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구 고령화가 신산업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발상 전환이다. 50세 이상 인구가 소비하는 돈이 2020년 8.7조달러에서 2020년대 말 15조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미국 브루킹스연구소)도 있다.

▶2030년이면 세계 195국 중 35국은 5명당 1명이 65세 이상이고, 2050년이면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다. 지금 60·70대는 노인이라 부르기 적절치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활력 넘친다. 그래서 노인 기준이나 명칭을 바꾸려는 시도는 앞서도 있었다. 풍부한 경험과 구매력 있는 소비자라는 의미에서 50~75세를 ‘액티브(active·능동적) 시니어’라 부르기도 하고, 오팔(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세대라는 용어도 있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에 대한 걱정도 많지만 어차피 닥친 고령화라면 발상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막내인 1963년생이 60세에 들어섰다. 베이비부머 712만명은 넷 중 셋이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았고 고도성장기에 20~30대를 보냈다. 단군 이래 가장 역동적인 이 세대가 활력 넘치는 ‘수퍼 에이지’ 시대를 개척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