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 학년만 되면 초등학교 교사들은 남녀 짝 정하는 문제로 골치를 썩였다. 교실마다 예외 없이 남학생이 더 많았다. 여자 짝이 없는 아이는 시무룩해졌다. “내 아들은 왜 여자 짝이 없느냐”고 항의 전화 하는 부모도 있었다. 오랜 남아 선호 사상의 후유증이었다. 딸만 있는 집에선 ‘여아는 그만 낳겠다’며 이름을 말희로 지었다. ‘다음엔 아들 낳겠다’며 후남이라 짓기도 했다.
▶자연 상태에선 원래 남아가 더 많이 태어난다. 여아 100명당 남아 103~107명이 정상 범위다. 남아를 만드는 Y 염색체 정자가 여아를 만드는 X염색체 정자보다 가볍고 빨라 수정에 유리하다고 한다. 남자가 더 활동적이고 자라면서 위험에도 더 많이 노출되니 나름 타당한 자연의 섭리이기도 하다. 그렇게 태어나도 차츰 성비 격차가 좁혀지다가 노년에 이르면 역전된다.
▶아시아는 유럽이나 아프리카보다 남아 선호가 유별나다. 그로 인해 여러 사회적 문제도 빚어졌다. 1979년부터 2016년까지 강력한 한 자녀 정책을 고수했던 중국은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남자 3000만명이 짝을 찾지 못한다고 한다. 외동아들로 태어나 응석받이로 자란 소황제(小皇帝), 둘째로 태어나 출생신고도 못 한 흑해자(黑孩子) 등 온갖 부작용이 속출했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선 지금도 여성에 대한 명예살인, 학교 교육 금지 같은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1990년 여성 100명당 남성 116.5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우리나라 출생 성비가 지난해 104.7명까지 낮아졌다. 출생 성비가 꾸준히 내려가다 마침내 2007년 106명대에 진입하며 정상 성비 범위에 들어갔다. 남아 선호가 빠르게 퇴조한 결과다. 주로 아들 낳을 욕심으로 가졌던 셋째의 성비 변화는 더 극적이다. 1993년 209.7명이나 되던 것이 1995년 200명 밑으로 내려왔고, 2014년 106명대에 진입했다. 사실상 남아 선호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이제는 성 감별 임신도 허용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둘째, 셋째를 낳겠다는 부부에게 이왕이면 아들과 딸 골고루 키우는 기쁨을 주자는 취지다. 아이를 더 낳게 함으로써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자는 뜻도 있다. 출생 성비가 정상인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인데, 딸이 아들 못지않게 소중해진 우리도 이제 그런 나라가 됐다. 의학적으로도 뒷받침이 가능하다. 청춘남녀가 결혼만 해도 감지덕지할 판이다. 2세까지 낳으면 함께 기뻐하고 육아에 불편이 없도록 제도적 지원에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