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아인슈타인은 높은 에너지를 가진 원자에 빛 에너지를 가하면 더 강한 빛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유도 방출 이론’을 발표했다. 미국 휴즈 항공사의 연구원 시어도어 메이먼은 1960년 이 원리를 이용해 태양 표면에서 방출되는 빛보다 4배 강한 붉은 색 빛을 쏠 수 있는 발진 장치를 개발했다. ‘복사 유도 방출에 의한 광증폭’인데, 이의 영어 약자가 바로 레이저(LASER)이다. 퍼지지 않고 먼 거리를 똑바로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빛의 등장에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신도 가지지 못한 빛’ 등 찬사가 쏟아졌다. 지금까지 레이저 관련 연구에서만 노벨상 9개가 나왔다.

▶레이저 발진 장치 발표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레이저는 죽음의 빛인가”였다. 사람들은 레이저로 비행기도 쉽게 격추하는 무기가 곧 등장할 것으로 믿었다. SF소설과 만화에서는 어김없이 레이저 무기가 등장했다. 스릴러 소설가 톰 클랜시는 ‘공포의 총합’ ‘크레믈린의 추기경’ 같은 대표작에서 레이저를 활용한 인공위성 요격, 함대 방어 시스템을 선보였다.

▶1983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항할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주에 레이저를 설치해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이른바 스타워즈 구상이었다. 스타워즈는 취소됐지만 이에 놀란 소련은 얼마 뒤 무너졌다. 사실 달에는 이미 레이저 장치가 있다. 1969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은 고요의 바다에 레이저 반사경을 설치했다. 이 반사경에 레이저를 쏜 뒤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달까지의 거리를 잰다. 오차는 2cm에 불과하다.

▶각국은 레이저 무기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군은 전투기와 구축함에 레이저 무기를 활용하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은 위성 요격용 레이저 포의 실전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레이저 무기의 가장 큰 장점은 한번 발사 비용이 매우 싸다는 것이다. 수억~수십억 원씩 하는 미사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성이다. 한국도 올해 레이저 무기 원천 기술 개발에 나선다.

▶그 레이저가 축구장에까지 등장했다. ‘이집트 왕자’로 불리는 축구 선수 무함마드 살라흐의 얼굴이 초록색으로 물든 사진이 세계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아프리카 최종 예선 이집트와 세네갈 경기에서 그가 승부차기에 나서자 세네갈 관중들이 레이저 포인터를 집중적으로 쏘았다. 결국 살라흐는 실축했고 이집트의 월드컵 티켓도 날아갔다. 아인슈타인도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