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스가 일본 총리가 정상 통화를 했다. 청와대는 2시간 후에야 대변인이 짧게 발표했다. 스가 총리는 14분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브리핑했다. 스가 취임 13일 만에 6번째 회견이었다. 문 대통령이 그때까지 가진 기자회견 횟수와 같았다. 스가의 13일 소통이 문 대통령의 3년 4개월과 같다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를 불통이라 비판하면서 “주요 사안은 언론에 직접 브리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 직접 회견은 단 7번뿐이다. 취임 1주년 회견은 없었고 2주년은 방송사 대담으로 대체했다. 올해 신년 회견도 석연찮은 이유로 취소했다. 문 대통령은 시장에서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적은 거의 없다.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4시간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비교해 자신은 다를 것이라고 했다. 일본 총리처럼 모든 일정과 만난 사람, 출퇴근 시간까지 공개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서실 업무 보고’ 같은 의미 없는 내부 일정만 주로 올렸다. 2019년이 되자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는 날이 허다했다. 공무원이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살해당하고 소각됐을 때 문 대통령은 자고 있었다고 했다. 유족이 당시 어떤 상황이었고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 했다. 법원도 공개하라고 했다. 야당은 “대통령이 그 10시간 동안 뭘 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항소까지 하며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 정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을 적폐라고 비판하며 특활비를 투명하게 개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납세자연맹이 청와대 특활비와 김정숙 여사의 의전비 공개를 요구하자 국익을 내세워 거부했다. 결국 소송까지 갔고 10일 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국익을 해칠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전 정권 특활비는 끝까지 파헤쳐 전직 대통령과 국정원장 등을 줄줄이 구속하더니 본인 특활비는 한사코 숨기려 한다.

▶시중에는 문 대통령이 취임 때 국민에게 한 약속 30가지를 얼마나 지켰는지 체크리스트가 돌고 있다. ‘일자리 대통령’ ‘국민과 수시로 소통’ ‘야당과 대화 정례화’ ‘능력과 적재적소 인사’ ‘권력기관 독립’ ‘상식이 통하고 특권·반칙 없는 세상’ 등인데 제대로 이행된 걸 찾기 어렵다. 진짜 지킨 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도 미안해하기는커녕 ‘화가 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