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빗장을 걸어 잠근다’는 쇄국(鎖國)은 일본에서 온 한자어다. 일본의 통상거부 정책을 다룬 독일인의 논문에 일본 학자가 1801년 ‘쇄국론’이란 제목을 붙여 번역했다. 일본의 쇄국은 포르투갈 선박의 입국을 금지한 1639년부터 200년 넘게 이어졌다. ‘아시아 동쪽 끝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도 있어 오래 버텼다. ‘갈라파고스’에 비유되는 일본의 폐쇄성도 그때 밴 습성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일본의 쇄국이 얼마나 지독했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인구의 1% 미만인 기독교인 비율이다. 16세기 일본은 아시아의 기독교 대국이었다. 신자가 15만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7세기 들어 이 기독교인들이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난을 일으켰다. 막부의 살벌한 진압으로 가담자 4만여 명이 거의 목숨을 잃었다. 일본 기독교는 이때 결정타를 맞았다. 쇄국도 이때 시작됐다. 일본은 북한과 함께 기독교 탄압에 성공한 몇 안 되는 나라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일본 나가사키의 ‘데지마(出島)’라는 작은 인공섬은 쇄국 당시 서양인이 발을 댈 수 있는 유일한 일본 땅이었다. 그것도 반란 때 진압을 도운 네덜란드인만 허락했다. 신앙은 완전 봉쇄됐다. 그래도 네덜란드는 막부에 서구 지식을 열심히 전달했다. 일본이 풍부하게 보유했던 금은(金銀)을 교역으로 얻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0년을 쇄국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일본이 옛날로 돌아간 듯하다고 한다. 코로나를 막겠다며 ‘모든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라는 극단적 봉쇄 정책을 올 초부터 이어오고 있다. 교환학생이 일본을 가지 못해 한국에서 화상 수업을 듣고 주일 특파원이 한국에서 일본 관련 기사를 쓰는 일이 벌어졌다. 입국 자격을 얻고도 일본에 못 가는 외국인이 37만명이다. 문을 연다고 하고서도 찔끔 한다. 그런데 일본 안에선 별 반발이 없다고 한다. 일본이 북한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요즘 일본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하루 평균 200명 안팎. 15일은 79명이었다. 2만5000명을 넘나들던 석 달 전을 생각하면 같은 나라인가 싶다. 집단 면역, 유동인구 격감이 국경 봉쇄와 함께 이유로 꼽힌다. 바이러스 자연 소멸설까지 나왔다. 기적이라고도 하고, 미스터리라고도 한다. 잘한다고 해야 할 일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쇄국의 한계는 분명하다. 사흘 전 도쿄에서 열린 한국 기내식 체험 이벤트에 참가하려는 일본인이 몰려 경쟁률이 20대1이었다고 한다. 많은 한국인도 일본행 비행기가 타고 싶을 것이다. 사람은 역시 왕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