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방영한 TV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 등장하는 유 대위는 운동으로 수형 생활을 견디는 캐릭터다.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힌 게 억울해 처음엔 자해 소동을 벌이지만 땀 흘려 운동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교도소가 배경인 ‘프리즌 브레이크’나 ‘쇼생크 탈출’에서도 근육을 단련하고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수감된 이 상당수가 수형의 고통을 누그러뜨리는 활력소로 운동을 꼽는다.

만물상 삽입

▶교도소에서 정신 근력을 단련하는 이들도 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젊은 시절 무장 혁명론자였다. 쿠바 혁명 성공에 자극받아 백인 정권 타도 투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27년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용서와 화해로 남아공을 통합하는 위대한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복수심을 버렸고, 혁명서보다 고대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시인 윌리엄 헨리의 ‘인빅터스’ 등 고난에 맞서 인간성을 지키는 작품에 심취했다. 중세 최고 철학서로 꼽히는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도 안락한 집필실이 아니라 반역죄로 기소돼 절망과 좌절을 곱씹던 감옥에서 탄생했다.

▶지난주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놀랄 만큼 날씬한 모습으로 출소했다. 그는 하루 30분씩 주어지는 운동 시간 중 매일 구치소 공터에서 뛰었다고 한다. 그가 웃통을 벗고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 다른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화제일 정도였다. 코로나가 심각해져 운동 시간이 주 1회로 줄어들자 이 부회장은 방 안에서 매일 스쿼트를 수백 번씩 하며 근력을 유지했다. 7개월 사이 체중을 13㎏이나 빼서 나왔다.

▶이 부회장의 수형 생활을 지켜본 이는 “독방에 있으면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기 때문에 살려고 운동한 것 같다”고 했다. 틀리는 말이 아니다. 사람의 근육은 25세 이후 해마다 0.5~1%씩 자연적으로 줄어든다. 그나마 하루 2000보를 걸어야 이 정도로 근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다리가 골절돼 전혀 운동을 못 하면 단 1주일 만에 몸 전체 근육의 10%가 사라진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진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10% 근육 손실을 원래 상태로 복구하려면 영양·운동·재활을 꼼꼼히 해도 반년이 걸린다고 한다.

▶고난은 사람을 성숙시킨다. 고대 로마의 사상가 세네카는 “고난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세계의 일면만 볼 뿐”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이 구치소에서 맛본 고난이 시야를 넓히고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 노릇을 해주기 바란다. 앞날이 불투명한 반도체 사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백신 부족 사태 해결에도 기여한다면 그뿐 아니라 나라에도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