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한 기업가가 2024년 출발하는 화성 여행 상품을 내놨다. 무인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의 속도를 기준으로 화성까지 최장 289일 걸린다. 편도 여행이고 화성에 식민지를 만들어 정착한다는 사기성 상품이었는데 10만명이 몰렸다. 회사가 2019년 파산하며 없던 일이 됐지만, 우주로 떠나고픈 인류의 열망이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준 사건이다.

▶나사 소속 우주인이 아닌 민간인으로 우주에 다녀온 첫 사례는 1989년 5월 옛 소련 우주선 소유스를 타고 우주정거장(ISS) 미르에 다녀온 영국인 여성 과학자 헬렌 셔먼이다. 민간 우주인 배출 프로젝트여서 관광은 아니었다. 이소연씨도 그렇게 해서 우주인이 됐다. 첫 우주 관광객은 2001년 4월 소유스 TM-32를 타고 ISS에 올라가 8일간 머물다 돌아온 미국인 사업가 데니스 티토다. 여행 경비로 2000만달러를 썼다. 지금까지 모두 8명이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우주 관광을 다녀왔다.

▶상업용 민간 우주선을 이용하는 우주여행은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개척하고 있다. 베이조스의 우주 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이 다음 달 20일 우주관광 로켓 뉴셰퍼드를 띄운다. 왕복 티켓 가격은 20만달러 정도이지만, 베이조스와 함께 여행 가는 조건으로 경매에 내놓은 첫 티켓이 엊그제 2800만달러에 낙찰됐다. 추진 로켓은 76㎞까지 올라간 뒤 귀환하고 여행객을 태운 캡슐이 관성으로 100㎞ 높이 목표 지점에 도달한다. 이후 3 분 정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돌아온다.

▶머스크가 내년 1월 민간인 3명과 나사 출신 우주인 1명을 태워 보내는 왕복 우주선 크루 드래건은 뉴셰퍼드보다 훨씬 높이 올라가 고도 350~450㎞에 떠 있는 ISS까지 간다. 왕복 10일 코스이고 ISS에 8일간 머물기 때문에 티켓 가격만 5500만달러에 이른다. 머스크는 몇 해 전 우주여행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54년이 되는 2023년에 인류를 달에 여행 보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는 데 3일, 왕복 6일짜리 상품이다. 실현될지 관심이다.

▶우주여행의 끝판왕은 태양계 너머로 나가는 성간(星間) 여행이다. 여행 시간 단위가 수백년~수만년으로 바뀌기 때문에 현재로선 불가능한 꿈이다. 그러나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난 것부터가 불가능한 꿈이었다. SF 영화 ‘패신저스’에선 냉동 상태로 수백년 여행하고, 베르베르 소설 ‘파피용’에선 우주 범선이 돛에 바람 대신 태양풍을 받아 우주 끝까지 날아간다. 민간 우주여행은 그 꿈을 향해 내딛는 첫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