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는 지난달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네 번째 보건장관이 임명됐다. 첫 번째, 두 번째 보건장관은 코로나 대응 방식을 놓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경질됐다. 군 장성 출신인 세 번째 보건장관은 비전문가라 코로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브라질은 코로나 환자 급증으로 의료 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는 위기를 여러 차례 맞았다. 백신 부족으로 접종마저 원활하지 않은데 번번이 그 책임을 보건 수장이 지고 경질당한 셈이다.
▶코로나 사태가 1년 반 가까이 이어지면서 각국 보건장관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이 보건장관을 비난 표적으로 삼는 일이 많은 데다 정권이 흔들리면 가차 없이 보건장관을 희생양으로 삼는 지도자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 1년 사이 보건장관을 서너 번 바꾼 나라가 수두룩하다. 오스트리아 보건장관처럼 코로나 격무를 견디지 못하고 자진 사퇴하는 경우도 한둘이 아니다.
▶얼마 전 스페인 EFE통신은 코로나 사태 이후 중남미에서 중도에 물러난 보건장관이 20명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브라질은 물론 페루와 에콰도르, 볼리비아, 도미니카공화국도 1년 사이 여러 번 보건장관을 교체했다.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하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중남미 고질병인 부패 문제로 물러난 보건장관도 적지 않다. 특히 ‘백신 새치기 접종’으로 물러난 보건장관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국민 몰래 미리 백신을 접종받은 페루 보건장관, 친한 언론인에게 백신을 맞도록 주선한 아르헨티나 보건장관, 어머니가 있는 요양 시설에 백신을 보낸 에콰도르 보건장관이 최근 줄줄이 물러났다.
▶동유럽 국가 슬로바키아에서는 마토비치 총리가 코로나 문제로 뭇매를 맞다 결국 지난달 말 사임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코로나 봉쇄 수위를 낮추었다가 확진자가 급증하자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그 와중에 연정 파트너들과 협의 없이 러시아 백신을 주문한 것이 결정타였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첫 번째 지도자”라고 했다.
▶우리나라 전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여름 주요국들이 백신 구매를 서두르는 것을 보면서도 느긋한 자세를 보였다. 지난 연말까지도 “우리는 안정적으로 코로나에 대처해 서둘러 백신을 접종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엔 국회에서 “오히려 화이자·모더나가 우리에게 빨리 계약하자고 하는 상황”이라고 사실상 국민을 속이기도 했다. 보건 당국자들의 오판과 무능이 백신 부족 사태를 일으켜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