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9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압수수색 종료 후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2021.3.9연합뉴스

2014년 6월 검찰의 최대 관심사는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신병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검찰은 이틀에 걸쳐 경찰 37중대 3000여 명 등 연인원 1만명 가까이를 동원해 구원파 종교 시설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을 압수 수색했다. 유씨나 조력자들이 금수원 내부 땅굴이나 벙커에 숨어있다는 제보에 따라 음파 탐지기까지 가져가 수색했지만 유씨 등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검경의 압수 수색 중 최대급 규모이자 가장 허탕 친 수색으로 알려져 있다.

▶압수 수색은 신속과 보안이 생명이다. 압수 수색 실시는 검찰에서도 간부급만 알 수 있고 참여 수사관들에게도 전날 밤 9~10시쯤에야 “내일 새벽 5시까지 모이라”는 식으로 알린다. 신속과 보안 중 하나라도 놓치면 금수원 압수 수색처럼 허탕 칠 수밖에 없다. 아파트 등 건물을 압수 수색할 때는 창문 밖에서도 수사관이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증거물을 밖으로 던지는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다.

압수 수색은 신속과 보안이 생명이다.

▶보안이 새 나가거나 시기를 놓칠 경우 대상자는 압수 수색에 대비하기 마련이다. 공장 바닥을 뜯고 회사 공용 서버와 직원 노트북 수십 대를 숨기기도 했다. 공무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실무를 맡은 산업부 공무원들은 2019년 감사원이 컴퓨터를 압수하기 전날인 일요일 한밤중에 사무실에 들어가 월성 원전 관련 문건 444건을 삭제했다. 감사원과 검찰이 “누구 연락을 받고 한 일이냐”고 추궁하자 이 공무원은 “연락받은 일 없다. 신내림을 받은 것 같았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 관리인은 법정에서 “정 교수가 ‘압수 수색 대비’라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대상자가 압수 수색 나올 것을 예상하면 절반은 실패한 압수 수색이다. 예상을 못 해 허를 찔린 경우에는 저항까지 한다. 검찰 수사관들이 2010년 한 재벌 그룹 본사에 진입하자 경비 업체 직원들이 거칠게 저지했다. 1층 로비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검찰 수사관들이 다칠 정도였다. 그 사이 그룹 관계자들은 대외비 문서 등을 파기하려 했다.

▶경찰이 지난 9일 땅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진주 본사 등을 압수 수색했다. 그런데 경찰이 들이닥치기 직전인 그날 새벽 2시에 LH 본사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사진을 올린 사람은 “오후 6시면 칼퇴근하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압수 수색 올 것을 알고 대비한 것이다. 이번에는 신내림이 그쪽으로 갔나. 검찰 수사관이 “이 수사는 망했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