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비극 ‘햄릿’에 나오는 폴로니우스는 아부꾼의 전형이다. 햄릿이 구름을 보고 “저 구름은 낙타처럼 생겼군” 하자 폴로니우스는 “맹세코, 낙타 같다”고 거든다. 햄릿이 “족제비 같다”고 말을 바꾸자 “족제비처럼 후퇴하는군요”라고 한다. 햄릿이 “고래 같다”고 하자 “정말 고래네요”라고 맞장구친다. 이런 사람은 혐오스러울 것 같은데 막상 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시골 변호사였던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옛 친구가 찾아와 “각하는 친절하고 붙임성 있고 머리가 좋다”고 아부했다. 한자리 챙겨줄까 기대했을 것이다. 링컨은 “아첨인 줄 알았는데도 아주 달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청와대 회의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각료들을 질책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찍더니 이내 대성통곡을 했다.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얘기다. 얼마 전 한 사람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이것만은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정책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대통령에게 다가가 비뚤어진 넥타이 매무새를 고쳐줬다고 한다. 웃자고 한 행동이겠지만 본질은 아부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아첨을 ‘가’로 시작하는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가련한 아첨, 가증스러운 아첨, 가소로운 아첨이다. 급(級)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단순히 윗사람 비위를 맞추는 것을 유(諛)라 하고,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을 첨(諂)이라 한다. 미열(媚悅)은 그보다 상위인데 눈썹까지 움직이며 표정으로 아첨하는 기술이다. 가장 위험한 아부는 너무 교묘해서 직언(直言)처럼 느껴지는 아첨이라고 플루타르코스는 경고했다. 대통령이 여기에 걸려들면 정책이 산으로 간다. 국가는 길을 잃고 국민은 고통받는다.

▶고대 그리스어 ‘파레시아(parrhesia)’는 ‘모두’라는 뜻의 판(pan)과 ‘말’을 뜻하는 레시스(rhesis)가 합쳐진 단어다. 할 말을 남김없이 다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때에 따라 목숨을 걸어야 한다. 직언과 같은 말일 것이다. 아부의 정반대다.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지방 출장길에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환영 나온 공무원들 손에 ‘우주 미남’ ‘우유빛깔 문재인’이라 쓴 아부성 팻말이 들려 있었다. 구태의연하지 않은 환영 팻말을 준비하려다 나온 작품이겠지만 좀 심했다는 여론이 많다. ‘우주 미남이라니 외계인이냐’는 댓글이 회자되기도 한다. 모두 아부를 해도 좋으니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공직자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한다. “죽을래” 소리를 듣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