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감염병 입장에서 희한한 나라다. 코로나19 누적 감염자가 228만여 명으로, 세계에서 여섯째로 많다. 사망자가 7만명을 넘는, 방역과 감염 관리 실패국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실체를 들여다보는 ’풀 게놈‘(full genome·전장 유전체) 검사를 국가 돈 들여 13만여건 해왔다. 전 세계 검사의 약 40%다. 그 결과를 국제 네트워크 사이트에 무상으로 공개한다. 여기서 코로나 변이 출현이 생중계된다.
▶바이러스는 숙주로 들어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변이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2주에 한 번꼴로 변이를 거듭했다. 애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지금은 아예 돌고 있지도 않다. 지난 5월 국내서 이태원발로 유행했던 유럽형 바이러스 변종도 각 나라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본서 유럽형 돌연변이 약 300종을 확인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은 사라졌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인류와 동고동락하며 살아왔다. 크기는 몇백만분의 1미터 정도이고, 뇌도 없지만, 생존 지능이 비상하다. 고대 이집트 미라를 보면, 당시에도 홍역⋅나병⋅말라리아 등 각종 바이러스, 세균 등에 시달렸다. 인류가 물가에 정착해 살기 시작했을 때는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전염병으로, 하수와 음식 처리가 부실했을 때는 쥐를 통해, 인구 밀집 도시 생활에서는 코로나처럼 사람 간 호흡기로 옮겨 다닌다.
▶새 변종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 인두에 달라붙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501번째 아미노산이 바뀐 ‘N501Y’형이다. 감염력이 40~70% 더 세다. 기존 것은 아이들을 피해갔지만, 어린이도 감염이 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60세 이하 감염자는 중증으로 가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새 변이는 중년도 중증 환자로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무섭다. 영국은 이 변종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를 넘어, 전원 자택 대기라는 4단계를 새로 만들어 시행 중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바이러스의 발 빠른 변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번은 다르지 싶다. 화이자·모더나 mRNA 백신은 유전자 명령으로 몸속에서 ‘가짜 항원’을 만들어 ’진짜 항체‘를 만들게 하는 방식이다. 백신에 안 듣는 변종이 나오면, 변이 유전체를 분석해서 새 명령으로 새 백신을 만들면 된다. 6주 걸린다. 코로나 팬데믹은 백신 제조를 실험실 생물학에서 초고속 수학으로 바꾼 원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첨단 백신을 맞기 전까지는 각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