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된 직후 국정원은 김정일에게 뒷돈 4억5000만달러를 건네는 데 동원됐다. 그 돈으로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 위기를 넘기고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 6년 뒤 첫 핵실험에 성공했다. 한국 국정원은 적을 도운 역사를 갖고 있다. 세계 유일할 것이다. 2007년 국정원장은 국정원 홈페이지에 개인 신상을, 동문회 사이트엔 휴대전화 번호를 올렸다. 선거운동용이었다. 그는 대선 전날 북한에 가 북측에 “이명박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말도 했다. 한국 국정원은 이런 곳이다.
▶2011년 국정원 요원 3명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서울 호텔 방에 침투했다. 특사단이 청와대 예방을 떠난 사이 무기 협상 자료를 빼내려 했다. 특사단 중 한 명이 갑자기 돌아오면서 현장을 들키고 말았다. 첨단 장비로 방 주변을 감시하기는커녕 보초도 제대로 안 세웠다가 국제 망신을 당했다. “20층 국정원 방을 가려다가 실수로 19층 특사단 방에 간 것”이란 국정원 측 해명은 첩보물을 코미디로 바꿔놓았다.
▶국정원 국내 요원은 좌파 인물을 미행하다 들켜 공중전화 부스에 감금되기도 했다. 내놓고 사진 찍고 따라다니다 경찰에게 연행됐다. 당시 흥신소 사장은 “우리는 뒷조사하다 걸리면 의뢰인한테 돈도 못 받는다”고 했다. 리비아의 국정원 직원은 카다피 국가 원수의 후계 세습과 관련한 정보를 잘못 건드렸다가 추방당하기도 했다. 카다피 화를 달래느라 대통령 특사가 부랴부랴 날아가야 했다. 국정원은 간첩 재판 증거를 조작했다가 무죄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조작이 너무 수준 낮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세계 모든 정보기관이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 하지만 실수에도 종류가 있다. 국정원은 9년 전 김정일 사망을 까맣게 몰랐다. 김정은 첫 방중 때도 김여정인 줄 알았다고 한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북 핵실험 등 북이 한국을 수백 차례 공격하는 동안 국정원이 미리 알고 막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최근 국정원이 페이스북 계정에 ‘책 관리 꿀 팁’ ‘만년필 형태와 굵기’ 같은 생활 정보를 계속 올리고 있다. ‘음식 궁합’이라며 “치킨+맥주(치맥)는 통풍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했다. 미 CIA도 소통을 위해 페이스북 계정을 두고 있지만 역사와 임무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다. 여당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도 없앴으니 이제 국민은 국정원에서 간첩 신고가 아니라 ‘음식 정보’를 얻어야 할 판이다. 그 많은 인력과 막대한 예산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거의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