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청사에 있는 한 부처가 청와대에 파견할 선임 행정관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파견 보낼 국장급 내지 고참 과장급이 죄다 세종시와 수도권 등에 집 한 채씩을 가진 2주택자였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파견되려면 한 채를 팔아야 하지만 그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세종시 집값이 계속 오를 게 뻔한데 왜 파냐는 것이다.
▶세종시 관가에선 ‘서세원 과장' ‘서세원 국장'이 선망의 대상이다. ‘서울에도 한 채, 세종에도 한 채’를 줄인 말이다. 정부 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갑자기 거주지를 옮겨야 했던 공무원에게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 분양하는 ‘특공’ 제도가 운영돼 왔다. 지난 10년간 세종시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공무원은 2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000여 명은 집을 팔았고 나머지는 보유 중이다. 서울 집은 그대로 둔 채 세종에 특별 분양을 받은 ‘서세원’들이 최고의 ‘관(官)테크’ 수혜자가 됐다.
▶지난달 초, 다주택자이던 여성가족부 차관이 포기한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의 추가 분양에 무려 25만명이 몰렸다. 전용면적 99㎡(30평) 크기의 이 아파트는 2017년 12월 당시 분양가가 4억6000만원 정도였는데, 3년 새 급등해 인근의 비슷한 크기 아파트가 14억원에 팔렸다. 내년 6월 입주 때면 시세 차익이 10억원도 넘을 것이라는 기대에 ‘세종 로또’가 됐다. 올해 전국에서 집값 상승 1위 지역이 세종시다. 지난 8월 세종시 최고가 아파트는 15억7000만원이었는데 이달 초 매매가 17억원이 나오면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세종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세종시 이전 후에 임용된 신입 사무관들은 ‘특공’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치솟는 집값을 바라보면서 ‘세종 벼락거지’라 자조한다. 특공 물량도 점점 줄어 관가에서는 ‘행4-과4-중5’가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공 아파트 분양 기간이 4년 남은 행안부와 과기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 5년간 특공 자격이 유지되는 중기벤처부 공무원을 뜻하는 말이다.
▶규제 지역으로 묶여 주춤하던 세종시 집값은 지난 7월 여당에서 ‘행정수도 이전론’을 꺼내면서 가파르게 올랐다. 내년 예산안에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 설계비까지 반영됐다. 땅값도 마구 오른다. “세종시 땅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런데 세종시로 간 정부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올랐나. 아파트값의 10분의 1이라도 올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