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박정희 정권에 반대하는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되자 젊은 사제들이 ‘행동하는 신앙의 양심’이란 구호를 내걸고 단체를 결성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다. 그 시절 사제들은 민주화 운동의 피난처가 돼줬다. 1987년 6월 항쟁의 계기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폭로도 사제단이 주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제단은 정의의 이름으로 기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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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회 민주화가 이뤄진 뒤에 사제단은 이상한 길로 가기 시작했다. 북한의 KAL기 테러를 ‘조작된 가짜’라고 했다. 사제단 신부는 “NLL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쏴야죠. 그게 연평도 포격”이라고 했다. 천안함 ‘음모론’도 앞장서 주장했다. 광우병·4대강 반대 집회 등 현안마다 개입해 갈등을 키웠다. 사제단은 천주교 등 모든 종교를 말살하고 김씨를 우상화한 북한을 한번도 비판한 적 없다.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고난의 북한 동포를 위해 촛불을 켠 적도 없다.

▶2011년 사제단 소속 신부가 아프리카 봉사 활동 도중 신자 성폭행을 시도했다. 신부는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온 신부는 세월호·노동자 집회를 돌며 “불의한 자들아, 회개하라”고 외치고 다녔다. 시위에 참가하고 돌아오던 다른 신부는 버스에서 잠든 신도를 성추행했다. 사제단을 만든 신부는 1984년 교통사고를 내 일곱 살 아이를 숨지게 했다. 그런데 훗날 같은 교통사고인 효순·미선양 사고에 사제단은 ‘살인 미군’ 딱지를 서슴없이 붙였다. 그 신부는 자기를 ‘살인 성직자’라 부르면 뭐라 할까.

▶사제단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국민이 선출한 권력에 달려드는 통제 불능의 폭력성”이라며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추미애 장관은 “부당한 힘에 대한 저항”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런데 이 성명에 이름을 올린 사제단 핵심 신부가 성명 발표 직전 친정권 검사를 만났다고 한다. 비난 성명을 사전 논의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정치인과 다름없다.

▶윤 총장은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월성 1호 경제성 평가 조작과 증거인멸, 조국의 파렴치, 유재수 비리 비호 등 문재인 정권의 불법 비리 혐의를 수사하다 막무가내 공격을 받고 있다. 지금 윤 총장과 정권 어느 쪽이 ‘정의’에 가까운지 묻는 자체가 의미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의구현사제단은 불법 비리를 저지른 정권이 ‘정의’라고 한다. ‘불의구현사제단’인가. 이 세상에서 ‘정의’라는 말만큼 엉뚱한 곳에서 모독당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