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 원리는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도 나온다. “감염병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은 같은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적었다. 2400년 전에 쓴 면역 효과 기록이다. 15세기 중국에선 원시적인 예방 접종이 등장했다. 천연두 환자의 각질을 긁어내 다른 사람의 코에 발랐다. 그런데 환자의 바이러스가 그대로 옮겨지면서 건강한 사람까지 많이 죽어나갔다. ‘백신’ 부작용이라고 할까.
▶몸에 넣는 바이러스의 병원성이 약하거나 없어야 백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200년 전 제너의 천연두 백신, 165년 전 파스퇴르의 광견병 백신이 이런 원리로 최초 개발됐다. 그러나 백신 사고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1955년 미국에선 소아마비 백신을 맞은 어린이 200여명이 오히려 소아마비에 걸리고 11명이 숨졌다. 제조 과정에서 바이러스 독성을 충분히 제거 못한 사고였다. 2017년 뎅기열 백신을 맞고 100명 안팎이 숨진 필리핀 사고는 아직 백신 연관성이 규명되지 않았다.
▶1976년 미군 네 명이 신종플루(돼지독감)에 걸려 한 명이 숨졌다. 알고 보니 1918년 스페인독감과 바이러스 유형(H1N1)이 같았다. 전문가들은 “대유행 가능성이 낮다”고 했지만 미 정부는 대중 공포를 달래기 위해 전 국민 예방 접종을 결정했다. 그런데 백신을 맞은 뒤 인체 마비 등을 일으키는 ‘길랑바레 증후군’에 걸린 환자가 속출하고 수십 명 사망자가 나왔다. 그 백신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수억달러 예산을 들인 국가 접종이 중단됐다.
▶그런데 나중에 분석해보니 정작 그해 미군 장병의 길랑바레 증후군 사망자는 전년보다 오히려 적었다고 한다. 백신을 접종한 170만명 군인 가운데 13건이 발병했는데 신종플루 백신을 맞지 않은 직전 해에는 17건이라는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때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백신 접종자 440만명 가운데 25명이 길랑바레 증후군에 걸렸는데, 접종을 받지 않은 370만명 중에서는 그보다 두 배 넘는 58명이었다. 백신을 맞은 뒤 병에 걸렸다는 단순 시간상 선후 관계를 백신이 병의 원인이라는 ‘인과 관계’와 혼동한 것이다.
▶우리도 올해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파동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 이후 숨진 사람이 어제 하루에만 18명 더 나왔다. 동일 제조 공정을 거친 백신을 맞고 숨진 사람도 있다.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인과 관계 의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슴을 졸이며 지켜봐야 할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