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 수배’는 인터폴 수배 단계 중 가장 강력한 조치다. 적색 수배령이 떨어지면 인터폴 회원 190여국 사법 당국에 수배자의 사진과 지문 등 관련 정보가 낱낱이 공유된다. 체포됐을 경우 해당국에 압송된다. 최순실 딸,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의 최측근, 사기 혐의를 받던 모 인기 래퍼의 부모 등이 최근 적색 수배를 통해 국내에 송환된 사례들이다.
▶적색 수배라면 ‘피 말리는 도피생활’이 먼저 연상된다. 그런데 경찰이 적색 수배 신청을 했다던 윤지오씨가 최근 ‘호텔 루프톱 생일 파티’ 동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윤씨는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인을 자처하며 억대 후원금을 모았다가 거짓 증언, 기부금 전용이 불거지자 캐나다로 출국해 1년 넘게 귀국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그제 “윤씨 소재가 불명하다”고 했는데, 네티즌들은 이 영상을 보고 몇 시간 만에 바로 호텔 이름과 위치를 찾아냈다.
▶사법 당국이 입으로만 ‘윤씨를 쫓고 있다’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해 윤씨 사기극은 여권이 총출동해 판을 깔아준 것이다. 민주당은 후원 모임까지 만들며 “의로운 싸움을 지켜주겠다”고 했다. 경찰은 윤씨 호텔비를 대줬고, 여성가족부 차관은 후원금을 냈다. 친여 방송인들은 앞다퉈 자신의 프로에 윤씨를 출연시켜 거짓말 대잔치를 벌였다. TV에서 여성 연예인들이 윤씨 손을 붙잡고 “얼마나 힘들었냐”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윤씨는 당시 ‘숙소 벽에서 기계음이 들리고 가스 냄새가 난다. 비상 호출 버튼을 눌렀는데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며 마치 신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외부인 출입 흔적은 없었고, 가스 냄새는 본인 소지품에서 나온 것이며, 호출 버튼은 잘못 눌러 작동하지 않은 것이었다. 윤씨는 “엄마 병간호를 위해 캐나다에 간다”고 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법원은 윤씨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뀌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그의 진술로 기소됐던 사람은 무죄가 확정됐다.
▶정권에 불리한 제보자들을 ‘범죄자’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라고 난도질하는 이 정권 사람들이 윤씨는 ‘공익제보 영웅’인 양 추켜세웠다. 사기극으로 밝혀진 뒤에도 제대로 된 사과를 안 한다. 애초부터 이들에게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정치 쇼였다. 윤씨는 어제 ‘사법 당국이 내 집 주소 알고 있다’는 글을 다시 올렸다.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거 다 안다’는 조롱이다. 함께 코미디를 벌였던 정권의 약점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나 잡아봐라’고 배짱을 부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