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타도 대상으로 점찍은 중국 IT기업 화웨이의 ‘비밀 병기’가 언론에 소개됐다. 지난해 화웨이 자회사의 ‘천재 소년’ 프로젝트를 통해 뽑힌 20대 컴퓨터공학 박사였다. ‘천재 소년’은 매년 전 세계에서 20~30명의 탁월한 젊은이를 영입하겠다는 인재 영입 계획이다. 7단계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 뽑은 뒤 이들을 다시 1~3등급으로 나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채용한 젊은 인재한테는 2억7000만원 넘는 초봉을 줬다.

▶석 달 전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중국계 연구원이 FBI에 체포됐다. 중국 정부의 ‘천인(千人)계획’에 참여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미국 정부 지원금을 받은 혐의다. 올 초엔 바이오 나노 기술 석학인 하버드 대학의 미국인 교수가 연구실에서 긴급 체포돼 충격을 준 일도 있다. 그 역시 중국의 ‘천인계획’에 참여해 연구비와 월급을 받은 사실을 숨기고 미국 국방비 기밀 연구에 참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의 ‘두뇌 유치전’이 미·중 무역 분쟁의 골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2008년 중국 공산당이 팔 걷고 나서 해외 인재를 영입하는 ‘천인계획’을 발표했다. 말이 1000명이지, 1000명 유치에 그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에 돌아온 과학자 등만 7000명에 달한다. 시진핑 국가주석 지시로 2022년까지 인재 1만명을 유치하는 ‘만인(萬人)계획’으로 되레 판이 커졌다. 이젠 중국 정부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까지 해외로 눈 돌려 진공청소기처럼 기술 인력을 빨아들인다.

▶중국에서 매년 IT 산업 관련 학과 졸업생은 100만명이 안 되는 반면 부족한 기술 인력은 수백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 내에서 필요한 인원을 다 충당 못 하니 주변국으로 눈 돌리는 것이다. 작년부터 중국 반도체 기업 두 곳이 대만 최대 반도체 업체 한 곳에서 빼내간 엔지니어와 관리자만 100명이 넘는다. 연봉 2~2.5배를 주겠다니 월급쟁이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유혹일 것이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동안 대만에서 데려간 반도체 인력이 3000명도 넘는다.

▶한국도 표적이다. 그동안 표내지 않고 조용히 채용하더니 이젠 채용 사이트에 ‘연봉 3배, 자녀 국제학교 지원’ 같은 솔깃한 조건을 내걸고는 대놓고 기술 인력 빼가기에 나섰다고 한다. 반도체, 2차전지 등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이제 몇 남지 않았다. 손에 쥔 모래처럼 이 분야에서 인력이 빠져나가면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는 것도 시간문제다. 인력도, 경쟁력도 어찌 지켜갈지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