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왜 채용을 해?” 얼마 전 길에서 스친 누군가의 통화가 머릿속을 맴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와 모든 걸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뒤섞인 한마디였다. 실제로 AI는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심지어 창작까지 많은 일을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가치의 충돌을 조율하고 이해관계의 접점을 찾아내 불완전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신뢰’와 ‘설득’은 알고리즘으로 최적화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9개월 된 신생 정당 ‘팀 미라이(미래)’가 381만표를 얻어 11석을 확보했다. 도쿄대 공대 출신 AI 엔지니어 안노 다카히로가 이끄는 이 정당의 후보자들은 평균 39.5세, IT·엔지니어 출신이 다수였다. AI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정치에 뛰어든 것이다.
거창한 슬로건은 없었다. 이들은 생활 밀착형 공약을 내걸되 포퓰리즘은 배격했다. 다른 정당들이 앞다퉈 감세를 외칠 때 ‘소비세 10% 유지’를 주장하며 “무차별적 감세는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노는 정치를 ‘권력 투쟁’이 아닌 ‘시스템 설계’로 본다. 그의 유세 원칙은 분명했다. “분열을 조장해 표를 얻는 정치는 하지 않겠습니다!”
시선을 돌려 한국 정치를 보자. 우리 정치 지형에서 민생은 후순위다. 전 대통령과의 단절 여부, 대통령과 당 대표의 권력 투쟁, 과거사 청산 논쟁이 먼저다. 정책 대결보다 분노 경쟁이, 미래 설계보다 진영 결집이 우선한다. 유권자들은 ‘덜 싫은 쪽’을 선택하는 데 익숙해졌고, 정치에 대한 기대 자체를 접은 사람도 많다.
중요한 건 AI 전문가가 정치에 뛰어든 사실이 아니다. 그들의 사고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누구 편이냐’가 아니라 ‘무엇이 작동하느냐’ 묻는 태도, 과거의 적을 소환하는 대신 미래의 시스템을 고민하는 자세다. 엔지니어는 버그를 발견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코드를 고친다. 책임을 추궁하며 싸우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고치면 된다는 이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를 바꾸는 주체는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다.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 일본 젊은 세대는 ‘팀 미라이’에 투표했다. 그들은 포기 대신 직접 선택지를 만들었다. 한국 미래 세대도 마찬가지다. 정치가 변화하길 기다리기보다 바꿀 정치인을 직접 키우고, 필요하다면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
정치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AI 시대의 사고방식은 낡은 정치를 혁신할 힘이 있다. 감정 대신 데이터, 구호 대신 해법, 적을 만드는 대신 문제를 정의하는 정치. “분열을 부추겨 표를 얻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말이 실제로 표심이 되는 세상. 그런 정치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