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시작되자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태국이 한국산 무기로 캄보디아 실권자 훈 센 상원 의장(전 총리)을 암살하려 했다고 캄보디아 언론 ‘크메르 타임스’가 보도했다. 경공격기에 유도 폭탄을 장착해 훈 센 부자를 제거하려 했다는 것이다. 출처도 실명도 없었다. 한국 대사관은 즉시 반박했고 훈 센도 “가짜 뉴스”라고 했지만, 근거 없는 보도로 외교에 흠집이 났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최근 국경 분쟁으로 교전을 벌였고, 민감한 상황 속에 외세 개입설이 돌기 시작했다. ‘암살설’은 이 맥락에서 등장했다. 허위 보도가 한국을 외교 진흙탕에 끌어들인 것이다. 그런데 해당 매체는 훈 센 정권의 나팔수다. 그는 38년간 집권하며 비판 언론을 폐간시키고 여론을 통제해 왔다. 생존한 언론은 충성 경쟁을 벌이고, 공론장은 사라졌다. ‘묻지 마 암살설’은 그 구조가 낳은 결과다.

민주당은 지난 5일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장기 집권한 훈 센과 막 정권을 잡은 민주당을 동일 선상에 둘 수는 없다. 하지만 권력이 언론 구조를 재편해 여론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선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방송법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구조를 바꾸는 게 골자다. 정부 여당은 ‘공정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추천 이사들이 정치적 독립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YTN과 연합뉴스TV 등 민영방송 사장들까지 법으로 바꾼다니, 권력 입맛에 맞는 보도를 양산할 위험성이 높다.

과거 민주당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날조’로 규정하고 연일 반일 감정을 자극했다. 반박하면 ‘친일 언론’으로 낙인찍었다. 2008년 MBC의 ‘광우병 보도’는 비과학적 오류와 과장, 선동으로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 불안감을 급격히 증폭시켜 대규모 촛불 시위로 이어졌고, 미국 정부는 근거 없는 공포 조장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광우병 보도 외에도 사드(THAAD) 전자파나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문제 등에서도 가짜 뉴스가 외교 갈등을 불렀다.

언론이 권력의 확성기로 전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국가는 잘못된 정보로 외교 마찰을 빚는 등 치명적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이번 ‘암살설’ 소동은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먼 나라 이야기겠거니 넘기면 곧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언론 개혁은 ‘개혁’이란 가면을 쓴 권력의 재구성이다. 훈 센은 언론을 틀어쥐었고, 그 언론은 허구를 보도했다. 가짜 뉴스가 정권의 도구가 됐고, 그 결과를 외교가 떠안았다. 언론 개혁 찬성론자들은 이사회 추천권 다양화로 정치 외풍은 줄고 독립성은 강화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권력의 개입 가능성은 남고, 추천 주체가 편향되면 정치 예속으로 변질된다. 한국 공영방송도 그 길을 걷는 것 아닌가. 방송법 개정안을 보면 그런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