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 안산갑에 출마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기뻐하고 있다./뉴스1

‘사기 대출’ 논란 끝에 경기 안산갑에서 22대 국회의원에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당선자. 지난 11일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본지 통화에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20대 딸이 어떻게 11억원 대출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좀 봐달라”고 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당시 양 당선자는 이렇게 말했다. “좀 살살 하자. 나 진짜 너무 힘들다. 정말 부탁한다. 어떻게 안 되겠느냐. 한 번만 빼달라.”

4·10 총선 안산갑에서 나온 무효표는 2308표(2.2%). 안산을(1789표), 안산병(1367표)보다 많았다. 야권 지지층조차 곧 피의자가 될 양 당선자를 선뜻 찍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대학생 딸을 자영업자로 둔갑시켜 사업자 대출을 받은 양 당선자는 검찰 수사를 앞둔 처지다. 31억원대에 산 강남 아파트 가격을 21억원대로 축소 신고한 혐의도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했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사기 대출’ 논란과 관련, 자기 가족이 방배·반포 전셋집을 전전한 불쌍한 세입자라는 식으로 말했다. “전셋값이 폭등하면 또 쫓겨났다”고 했다. 셋집 한 곳은 방배롯데캐슬이었다는데 소형 평수 전세가가 10억원대다. 양 당선자는 문제의 대출을 일으켜 31억원대에 매입한 잠원동 아파트를 39억원에 내놨다. 역대 최고가다.

경남도지사와 통영 국회의원에도 출마했던 그는 “제가 통영과 서울을 오가니까 강남고속터미널에서 가까운 데로 간 것”이라며 “가장 싼 데가 거기(잠원동 아파트)였던 모양”이라고 했다. 월 수백만원 이자는 아내가 낸다고도 말했다. 안산에서 10억원이 넘는 아파트 단지는 딱 한 곳. 5억~6억원대 신축도 많은 지역이다.

양 당선자는 선거 며칠 전 세월호 10주기 행사 연습장을 찾았다. “제대로 기억하겠다”고도 했다. 10년 전 세월호에서 학생 250명이 숨진 단원고가 안산에 있다. 그 학생들이 딱 양 당선자의 딸 또래였다. 그는 지난해 팽목항을 방문해 “아비의 심정은 그저 눈물밖에 없었다”고 했다.

2014년 진도체육관에서 한 단원고 어머니는 “내가 능력이 없어서, 8학군 학부모가 아니라서 자식이 죽었다”고 했다. 양 당선자는 과거 시민 단체 시절 “한국에는 강남·분당 사람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지녔다”는 칼럼을 썼다. 그러면서 전셋집마저 강남을 고집했고 딸은 8학군에서 중학교를 나왔다.

양 당선자는 안산에 보증금 500만원짜리 방이 있다. 하지만 국회 출퇴근은 안산보다는 강남 아파트가 더 편하지 않을까. 오늘 열리는 세월호 10주기 행사에 아마 양 당선자도 참석할 것이다. 2014년 4월 16일에 시간이 영원히 정지한 아이들과 유족들 앞에서 양 당선자가 무슨 말을 할지 조금은 궁금해졌다.